[논평] 공정위의 지배적 플랫폼 사전지정제 미도입, 시장 자율에 부합하는 올바른 결정이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한 입법 방향’에 따르면, 기존에 논의됐던 이른바 ‘사전지정제’의 도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사전지정제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즉, 독과점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여 각종 규제와 불리한 책임을 부과하는 초강력 사전규제에 해당한다. 규제혁신이라는 국정 과제 실현에 있어 사전규제는 가급적 철폐하거나 절제해야 하는 규제 방식으로 거론된다.
단순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국의 ‘예의주시’ 대상으로 낙인찍고, 일반 기업에 비해 더 신속하게 고강도 규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 사전지정제가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역차별’ 허들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라왔다.
따라서 자유시장 경제 질서와 소비자 권익 증진의 관점에서, 공정위의 사전지정제 미도입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사전지정제 올가미에 걸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각종 통합 서비스 운영,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이벤트 등이 위축되면 그만큼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고 경쟁 역시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사전지정에서 사후추정으로 기조가 전환되고, 공정거래법을 수정하는 범위 내에서 대형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공정위 방침의 큰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번에 도입하겠다는 사후추정 역시 시장 불안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권익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입증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고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 대우 요구 등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기존에 소비자가 누리는 각종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그 비용이 증가할 개연성이 있다. 또 과징금 상한이 6%에서 8%로 오르면, 이 역시 소비자 물가로 전가될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신뢰와 공정성을 제고할 책임은 공정위에 있다. 공정위의 일부 자의적인 제재 조치가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고 이것이 연쇄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향후 사후추정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공정위는 세부적인 기준과 정확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해 시장의 규제 예측 가능성을 적극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 사전지정제와 같은 초강력 사전규제를 자체적으로 점검해 줄여나가는 노력 역시 공정위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무다. 공정위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소비자가 기업으로부터 누리는 편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4. 9. 10.
컨 슈 머 워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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