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도제한계좌, 소비자는 불편하다
[논평] 한도제한계좌, 소비자는 불편하다
대포통장의 불법 사용을 막고자 은행들이 통장발급요건을 강화한지 6년이 지났다. 정부의 대포통장근절대책에 따라 소비자가 신규계좌를 개설하려면 금융거래목적확인서와 이를 증빙할 자료(재직증명서, 관리비고지서, 재산세납부고지서 등)를 제출해야한다. 이런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해도 통장개설은 가능하지만 한도제한계좌라는 이름이 붙는다.
금융거래한도계좌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한도 1일 30만원 제한, ATM인출·이체 1일 30만원 제한 및 창구출금시에도 출금한도는 1일 최대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시행 초기에는 카드사용액 납부실적, 공과금 자동이체실적 등 금융거래실적이 쌓이면 한도제한이 쉽게 해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도 운영이 강화되면서 실적기간을 12개월이상 요구하거나 이마저도 허용되지않는곳도 있다.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시행되었다고하지만 정상적인 금융소비자중 증빙자료 제출이 어려운 고령층,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 청년들에게 여간 불편한 제도가 아니다. 한도를 풀기 위한 기준은 직장인에게 맞춰져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디지털,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은행권은 디지털 거래 확대를 위해 비대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대면으로 개설된 계좌는 한도제한계좌로만 생성되며, 한도를 풀려면 반드시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한다. 하지만 영업점을 방문하더라도 내부 기준에 따른 검증단계를 거쳐야 일반계좌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거래하고자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것인데 정작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비대면 계좌의 한도제한을 해제하기 위해서 해당은행으로 급여이체, 카드대금자동이체 등 실적이 필요하다고 하니, 은행의 각종 부가실적을 채우기 위한 의도는 아닐지 의구심도 든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신고포상금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반기별 총 계좌수 대비 사기이용계좌 발생건수 비율이 0.4%만 넘어도 은행은 금융당국에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도제한계좌는 사기이용계좌 발생건수에서 제외된다. 은행의 입장에선 한도제한계좌가 많은 것이 보다 유리한 방법인 셈이다. 한도제한계좌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되어있지만, 이러한 금융당국의 감독구조상 은행들은 신규계좌들을 한도제한계좌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제도가 도입된지 6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들은 계속적으로 불편함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증빙서류를 제출해 전환된 일반계좌가 범죄에 악용되지않는다고 확정할 수도 없다. 과연 실효성이 있는 제도인지 재고해보야 할 때인 것이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단순히 계좌 이체·출금액에 한도를 둘 것이 아니라 단기간다수계좌개설금지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보호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불편만을 초래하는 제도가 아닌 소비자의 공감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202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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