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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루비콘 강 건넌 尹, 계엄령 수습은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4.12.05  
• 조회: 84

간밤에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섬뜩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기습적인 계엄 선포로 기억에서 지워졌던 군사독재의 용어들을 소환했다.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나라라는 국민적 자부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계엄 선포 후 폭락한 원화와 가상화폐, 선물 지수 등이 정치적 혼란의 경제적 피해를 강하게 예고하고 있다. 다행히 계엄이 무효화되어 금융시장의 충격은 복원되고 있지만 향후 한국 정치의 전개에 부정적인 충격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쟁 중이 아닌 선진국에서 계엄 선포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야당이 판검사·각료 탄핵소추 발의와 일방적 예산 삭감을 한 것은 헌정질서를 짓밟는 폭거이고 반국가 행위이며, 국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고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의회를 반국가 세력의 괴물이자 범죄자 집단, 국회를 범죄자 소굴로 천명한 것은 스스로 대통령 자리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지금 그는 스스로 배를 부수고 루비콘 강을 훌쩍 건너버렸다.

야당의 폭주로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는 야당에 대한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라가 북한의 야욕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이고, 마약 천국이고, 민생 치안 공황 상태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대통령의 상태가 정상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이 사태를 불러온 원인으로는 우선 대통령의 무능과 낮은 지지율을 들 수 있다. 집권 직후부터 부정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을 한 번도 타개하지 못했고, 대선의 지지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온 결과 총선에 대패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경제와 김건희, 명태균으로 이어지는 대통령 주변의 스캔들이 야당의 공격이 날카로워지는 명분을 제공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 포기가 그다음의 원인이다. 선진국 어느 나라 행정 수반도 그렇게 쉽사리 예산의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한다. 국회와 끊임없이 협상하고 설득하는 것이 상례다. 형사 피의자인 야당 대표를 검사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며 정치를 포기한 자신의 허물은 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야당의 무책임과 폭거로 뒤집어씌우고 그것을 반국가 행위로까지 끌어올린 것은 완전한 정치 포기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착화된 심각한 정치적 분열에 있다. 2022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한국은 선진 19개국 중에서 정치적 갈등이 가장 큰 나라다. 국민 90%가 정치적 갈등에 동의하고, 매우 심하다는 반응도 49%로 조사 대상국 중에 압도적으로 1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의한 비정상적 정권 교체의 악영향에서 우리 사회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인다. 대통령 탄핵을 수시로 입에 올리며 선거 불복이 일상화되었다. 탄핵이 헌정 질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숙고 없이 벌인 정치적 변란 이후 등장한 정부들은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분열을 정치적 에너지로 활용하며 `한 나라, 두 국민`의 정치를 해왔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과제가 남겨져 있다. 이미 주력 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내수는 부진해서 대통령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의 정책과 리더십 실종의 피해는 피할 수 없지만 정치적 혼란이 큰 경제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태 수습을 질서 있게 하지 못하고 혼란이 지속될 경우 경제와 금융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근본적인 과제는 헌정 질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대통령제는 선거로 선출한 지도자에게 임기를 보장해준다는 장점을 내세우는 제도다. 그런데 임기에 지지가 없다면 이 제도는 수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선거 불복의 악순환을 끊는 새 질서가 나타날 때까지 국민들은 정치권의 갈등 정치를 자제시키는 성숙한 자세가 절실하다. 아니면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 크나큰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진지한 영혼의 탐색을 해야 할 때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컨슈머워치 공동대표


링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408002?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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