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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초법적 통신비 인하 압력 멈춰야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4.03.28  
• 조회: 462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발표했다. 단말기 시장의 할인 경쟁을 제한한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가격 담합을 법제화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소비자 후생을 희생하여 통신사의 이해를 보장한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정부의 단통법 폐지는 통신 산업을 시장 경제의 원칙대로 움직이게 자유화하는 조치로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 특히 방통위의 그 이후의 행태를 보면 과거보다 더 강한 관치경제의 모습을 띄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월 인공지능 기능의 탑재와 향상된 카메라 기능으로 인기리에 출시된 갤럭시 S24의 지원금 상향의 압력을 방통위와 통신 3사와 삼성전자 임원간의 `면담`을 통해 가해왔고 지원금 상향을 얻어냈다.


정부는 폐지를 약속한 단통법의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최근에 그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 시행령은 공시 지원금 상한선을 올리고, 여기에 통신 사업자를 이동할 때 추가로 `전환지원금`을 50만원까지 주라는 새로운 지원금 항목을 추가했다.


이에 통신사들이 소액의 전환지원금을 제시하자 지원금 상향을 `요청`하기 위해 지속적 압박을 가해 왔고, 지난 3월 22일 방통위원장이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CEO 간담회를 열어 그들의 항복을 받아냈다. 최대 13만원이던 전환 지원금을 33만원으로 높이게 되었다. 단말기 지원금이나 전환지원금은 통신사, 제조사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가격 할인 경쟁이다. 회사들이 자신들에게 이익아 되기에 하는 것이지,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 지출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가 사전 구매에서 대박아 나서 기대보다 훨씬 잘 팔리고 있는 제품에 대해 제조사나 보조금을 지급할 이유는 없다.


타사의 고객을 빼앗아오기 위해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것 또한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이어야 한다. 이런 이름으로 보조금을 주도록 법으로 정부가 정하고 그 금액의 결정까지 개입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4분기 1위 사업자 SKT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2만9562원이다. 2023년 통신 3사의 매출은 58조원, 영업이익은 4조5000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율은 7.7%이다. 통신사는 연간 2만7700원의 영업 이익을 고객으로부터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33만원의 지원금을 회수하는 데는 통신비 인하가 없다고 가정해도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방통위가 설정한 50만원은 18년이 넘는 회수 기간이 필요하다. 이는 절대적으로 지속가능한 할인 폭이 아니다. 기업은 이 할인을 늘리면 다른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조삼모사의 현상을 만들어 낸다.


지속적인 초법적 월권 행위를 방통위가 하는 배경에는 통신비 인하를 총선에 활용하려는 정부 여당을 돕는 정치 행위라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신비는 가계 지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항목이다. 2023년 4분기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가계 지출의 4.6%로 비중이 가장 작은 항목에 속한다. 그 과반이 통신 단말기 구매 비용이다. 같은 기간의 가계 소비 지출이 5.1% 늘어난 반면 통신지출은 4.32% 감소한 항목이다.


가계의 통신비 절감을 돕겠다는 방통위의 말과는 달리, 단말기와 통신시장의 권력 남용적 개입은 사실 통신비를 오히려 늘리는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 프리미엄 폰과 최신 단말기에 대한 과도한 지원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가 폰의 비중을 압도적으로 높게 만들어 왔다. 경제원리에 반해서 부풀려진 전환지원금은 알뜰폰을 외면하고 고가의 요금제 약정을 하게 만든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경제적 소비가 아니라 고가폰과 고가 요금제로 소비를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경제의 원리에 반하고, 법적 근거도 희박한 방통위의 압력은 권력 남용과 요청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고, 이에 굴복해서 마케팅 비용을 낭비하는 경영자들도 주주들의 이해에 반하는 배임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이러면 안 된다. 그것도 민간 중심의 시장 경제를 운영하겠다고 천명했던 윤석열 정권이 아닌가? 통신 산업의 정치화는 관치 경제의 고질병이다. 이번 정부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금 방통위가 보여주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컨슈머워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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