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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보이스 #9 국공립이 사립보다 싸다는 착각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3.11.05  
• 조회: 1,548

살다 보면 진실 대신 거짓이 세상을 지배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2008년 이 나라를 뒤덮었던 광우병 관련 거짓과 선동들이 그랬었죠. 그나마 광우병 거짓은 괜찮은 편입니다. 이제 다수의 국민이 그것이 거짓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와 관련해서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라지지 않는 거짓들이 있습니다. 사립 유치원이나 사립 어린이집의 등록금과 관련된 믿음이 그렇습니다. 국회의원들, 공무원들은 사립이 비싸기 때문에 국공립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등록금이 싼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겠다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고, 그러겠다는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정말 국공립 유치원이 사립보다 쌀까요? 아닙니다. 원아 1인당 교육비를 비교해 보면 사립유치원은 월 58만원이 드는데, 국공립은 월 134만원이 들어갑니다. (유치원총연합회 보도자료. http://yoochiwon.or.kr/). 국공립이 사립보다 2.3배나 더 비싼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공립유치원이 더 싸 보이는 것은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 등록금 때문입니다. 국공립은 134만원 중 106천원만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데, 사립은 58만원 중 평균 254천원을 부담시킵니다. 학부모들이나 일반 국민들은 바로 그 금액만 보게 되는 것이죠. 국공립은 사립보다 절반도 안되는 돈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고, 사립은 국공립보다 두배도 더 넘는 등록금을 걷는 부도덕한 집단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더 부도덕할까요? 혜택을 받는 학부모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사립, 또는 관계도 없는 납세자들에게 교육비를 떠넘기는 국공립? 저는 오히려 후자가 도덕적으로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이제 하냐고요? 진작 이 이야기를 했으면 사람들이 깨달았을 거라고요? 안 그렇더군요. 여러 번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총연합회는 아예 신문 지면을 사서 광고까지 했더군요. 그런데도 무슨 변화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아마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라고 독촉하는 국회의원들도, 교육부 공무원들도 모두 그 광고를 봤을 겁니다. 국민들 중에도 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누구도 그 진실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국공립유치원의 확대를 정당화하기가 어려워지겠지요. 그러면 국공립 덕을 좀 보고 싶은 젊은 엄마 아빠들이 제 값을 내고 사립을 가야하겠지요. 그것이 싫을 겁니다. 남들이 낸 세금 덕을 보고 싶은거죠. 모든 국민이 일종의 도덕적 해이 현상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세상에 공짜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립이 국공립으로 대체될수록 국민이 부담하는 교육비는 늘게 되어 있습니다. 세금이 늘거나 국가부채가 늘거나 또는 다른 요긴한 용도에 쓸 재정을 쓰지 못하게 되겠죠. 반면 교육의 질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가 사립 유치원 교사보다 더 열심히 아이들을 보살필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죠. 이것이 바로 눈 앞의 공짜를 추구하는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대가입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공기업 또는 민영화 이슈에도 해당됩니다.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원전비리 사태를 보십시오. 같은 일이라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하면 불친절하고 비효율적이기 십상입니다. 사기업과는 달리 불친절해도, 비효율적이어도 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원가가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요. 국공립 유치원의 교육비가 비싸듯이 말입니다. 그런데도 공기업은 가격을 싸게 받을 수 있습니다. 적자를 감수하고서 말입니다. 빚을 얻어서 적자를 메우면 되는 것이죠. 그 빚은 나중에 국민이 세금을 내서 갚아줄테니 말입니다. 철도요금, 버스요금, 전기값, 수도 요금이 싼 것은 결국 납세자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부담할 때보다 훨씬 큰 액수로 말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원가가 높다는 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싼 가격을 받고 있다면 여러분이 그 보다 훨씬 더 큰 세금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이 자기 돈 쓰는 것 보셨습니까? 그들이 여러분에게 쓰는 인심은 결국 여러분 주머니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러분이 나라 살림에 눈을 뜨셔서 피 같은 세금이 값지게 쓰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여러분에게 뭔가를 공짜로 주거나 싸게 준다고 하면 어디서 그 돈이 나오는지 꼭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2&nNewsNumb=2013117217&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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