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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보이스 #17 의사의 치료는 국민의 것인가?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4.01.08  
• 조회: 1,991

쌀직불금 목표가격이 18만 8천원으로 합의되었군요. 그 가격과 시가의 차이를 국가가 메워주게 됩니다. 시장가격만 받아서는 쌀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농민들의 요구를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여 준 것이죠.



꼭 한반도에서만 농사를 지어야 식량안보가 확보되는지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세계 어디에서 농사를 짓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식량을 구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꼭 한반도 내에서, 그것도 넘치도록 쌀을 생산하는 것을 국가적 목표로 받아들인다면, 그 부담을 쌀 농민이 아니라 국가가 지는 것은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쌀의 생산자가 농민이긴 하지만, 식량안보의 책임을 농민이 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꼭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는 데도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 분야가 있습니다. 의료입니다. 식량 안보를 위해 생산자인 농민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보편적 의료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국민 택한 방법은 의료수가를 무자비하게 깎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요. 사람 분만 수가가 강아지 분만 수가보다 낮은 것 아니냐는 농담을 웃어넘길 수만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그 덕분에 한국의 의료제도가 세계 최고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눈 앞의 상황만을 보면 그렇습니다. 어쨌든 대다수의 국민이 매우 싼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비용 부담 방식을 생각해 보면 문제가 큽니다. 농민의 쌀이 국민의 것이 아니라 농민의 것이듯이, 의사의 치료도 국민의 것이 아니라 의사의 것입니다. 쌀을 싸게 내놓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듯이 치료도 싸게 내놓으라고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가격을 규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매기는 수가가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자생적인 의료수가에 속임수가 있든가 또는 독점이나 담합 가격임을 증명하는 것이 규제보다 먼저입니다. 그런 설명도 없이 국민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원가 이하의 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약탈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강제노동일 수도 있겠네요.



쌀을 원가보다 저렴하게 사고 싶다면 국가가 재정자금으로 쌀 가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합니다. 농민에게 손해를 강요한다면 부당한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원가 이하의 저렴한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면 시장 수가와 원하는 수가 사이의 차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옳습니다. 



어떻게 농민과 의사를 같이 비교하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의사가 농민보다 훨씬 더 부자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의사에게 세금을 더 많이 매길 이유는 되지만, 의료수가를 무자비하게 깎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5천만 국민 대부분이 원하는 것이니까 의사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 정치의 현실입니다. 다수가 원하고 다수가 믿으면 진리이고 정의가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5천만 국민 모두의 뜻이라 해도 약탈은 약탈입니다. 아무리 법의 옷을 입었다고 해도 부당한 것은 부당한 것입니다.



그마나 이런 체제도 그리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의사들의 희생 위에 지탱해오던 의료체제가 밑동부터 허물어져가고 있습니다. 저수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텨왔던 것은 `5분’ 진료 방식 덕분이었습니다. 환자 한 명에 5분씩 건성건성 보면 하루에 수십명씩 진료해온 덕분에 그럭저럭 수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그마저도 이제 한계 상황에 온 것 같습니다. 동네 의원과 중소 병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산부인과나 내과 외과 등 생명과 직결된 전공과목은 의사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생명과 별 관계없지만 그래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성형외과, 피부과로 간판을 바꾸어달기 때문입니다. 병원들은 장례식장만 늘리고 응급실은 줄여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진짜 의사다운 의사, 치료다운 치료는 이 땅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의 중요한 축으로 삼았습니다. 맞습니다. 의료수가의 문제가 바로 정상화를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비정상입니다. 의사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를 걷어내고 의료수가를 정상화 할 때입니다.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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