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型 병원 반대는 反국민건강 - 김정호
투자개방型 병원 반대는 反국민건강
보건복지부의 ‘적폐청산위원회’가 투자개방형(型) 병원을 적폐로 규정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정책을 문재인 정권에서 청산의 대상으로 낙인찍었다. 아마도 박근혜 정권에서도 추진했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들은 ‘영리병원’이라는 이름을 쓴다. 필자는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헛웃음이 난다. 지금도 이미 대부분 병원이 영리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됐고 돈을 벌기 위해 개업했다. 그렇지 않은 의사들은 너무나 희귀해서 신문기사가 될 정도다. 이미 모든 병원이 영리 행위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적폐로 규정된 영리병원과 기존의 병·의원들 사이의 차이는 병·의원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다. 기존의 병·의원들에는 의사만 투자할 수 있는 반면 적폐로 찍혀서 금지되는 소위 영리병원은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도 투자할 수 있게 허용한다. 그래서 투자개방형 병원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새삼스럽게 ‘영리’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혁신적 제도를 악마로 만들어 버렸다.
병원 투자가 개방되면 대형 병원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들만 투자하는 병원은 영세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대학병원이 가장 크다. 하지만 대학병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모두 대학병원에 가고 싶어 해도, 그래서 수술 한번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데도 초현대식 대형 병원들은 새로 생겨나지 못한다. 투자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대한 투자가 개방돼야 대학병원 같은 규모의 대형 병원이 많이 등장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생겨나면 환자들을 착취할 거라는 루머가 돌곤 한다. 과장이거나 지나친 걱정이다. 지금도 이미 병·의원들이 과잉 진료 의심을 받고 있다. 새로 생기는 영리병원들은 규모가 대개 대학병원 수준을 넘을 것이어서 기존 동네병원들처럼 꼼수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이윤을 많이 챙긴 병원들은 영리병원이 아니라 비영리병원들이었다.
물론 투자개방형 병원도 이윤을 추구할 것이다. 하지만 바가지를 씌우는 방식이 아니라, 규모를 늘리고 경영 혁신을 통해서 이윤을 만들 것이다. 전자·조선·철강회사들이 돈 버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하는 곳만이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바가지 씌우는 기업들은 손님을 잃고 사라져 간다. 병원이라고 다를 리 없다.
의료비 상승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급여 항목은 기존의 병·의원과 마찬가지로 의료수가 규제의 대상이다. 비급여 항목도 염려할 필요 없다. 이미 적나라하게 영리 행위 중인 기존의 성형외과나 안과를 생각해 보라. 라식수술·라섹수술·안면성형 이런 것 가격이 얼마나 낮아졌는가. 경쟁 때문에 값을 낮춰야만 한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생기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그 결과 의료비가 낮아지면 낮아졌지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으로 의사들은 힘들어질 수 있다. 혁신적인 의사들이 투자자들과 손잡고 경쟁력 있는 병원을 만들어내면 나머지 의사들은 힘들 수 있다. 그러나 환자들과 일반 국민은 좋아진다. 의료시설이 현대화되고 의료의 질은 높아지며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즐기면 된다. 최악의 경우 새로운 병원으로 발길을 안 하면 그만이다. 투자개방형 병원 금지는 국민의 이익을 해친다. 새로운 적폐다.
김정호 (前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컨슈머워치 정책위원)
문화일보 2018년 04월 24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42401073111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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