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베를린 장벽 와해 순간의 데자뷔
트럼프식 새질서 재편은
`장벽붕괴` 같은 충격의 순간
韓 재설계 없인 생존 불가
노동개혁, 서비스산업 강화
AI로 산업의 판 키워야
1989년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물리적 붕괴를 넘어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에서 이를 자유주의·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한 인류사의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했다.
이는 좌파 지식인들의 이념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든 `진실의 순간`으로 그들이 계급 중심적 세계관에서 전향하거나 포스트 모더니즘과 같은 탈구조적 사상을 탐구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지금 우파는 자신들의 `베를린 장벽 붕괴` 순간을 맞고 있다. 트럼프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관세 중심의 중상주의,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 미국 우선주의, 제국주의적 시도 등은 우파의 세계 질서를 부정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과 자유무역 질서에 의존해 경제 번영을 이룬 한국의 경제 모델이 근본부터 도전받고 있다.
이제 수출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제조업은 고도화와 트럼프의 리쇼어링 정책으로 일자리 정체를 넘어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일자리 증가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대기업 일자리가 4만여 개나 줄어 산업 공동화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한국 경제 모델은 어떻게 재설계되어야 할까?
2024년 영리기업 일자리 중에 대기업 비중은 16.5%에 불과하고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경쟁적 입시 교육으로 대기업의 문도 좁아지고 있다. 또 사교육 부담·불행한 청년기라는 경험은 비혼과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고 부모 세대가 은퇴를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기업을 고용친화적으로 바꾸려면 해고의 자유를 주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수다.
둘째, 수출 의존을 줄이고 내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한국은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 대비 2.8배인 일본과 비교해 등록 법인 수로만 2배가 넘는 영세 자영업이 노동 중심 서비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업은 규제와 정부의 관치 사슬 속에서 기업의 야성 없이 영위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래 지금까지 한국의 소매판매액지수는 3년 연속 하락세로 최장기간 이어지며 수출 부진을 보완해야 할 내수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조를 바꿀 어떠한 개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셋째, 서비스의 인공지능(AI)화에 대비해야 한다. AI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저성장에서 탈출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160개가 넘는 AI 유니콘 기업 중 한국 업체가 전무하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한국이 길을 잃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AI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의료와 금융이 꼽힌다. 의료산업은 비영리 규제로 자본 투입이 금지되고, 의료수가는 환자의 치료 성공이 아니라 치료 행위와 원가를 기준으로 보상되고 있다. 대형병원은 적자를 면하기에 급급하니 투자 여력도 동기도 없다. 보험료 역시 대출 조건도 정부가 결정하는 금융에서 AI 투자가 적극적일 수 없다.
제조업과 달리 AI 서비스는 내수를 포기한 채 곧바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AI는 데이터에 의한 알고리즘 훈련과 검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GPU나 보조금 타령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돈 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는 `뉴노멀` 시대를 살아야 한다. 한국 경제 모델의 전면적 재설계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그것은 관치와 규제의 타파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칼럼 링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467571?sid=110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 [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베를린 장벽 와해 순간의 데자뷔 컨슈머워치 / 2025.03.31 |
||
161 | [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딥시크 충격과 한국의 시대착오적 AI정책 컨슈머워치 / 2025.02.17 |
||
160 | [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루비콘 강 건넌 尹, 계엄령 수습은 컨슈머워치 / 2024.12.05 |
||
159 | [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진단도 처방도 부실한 K밸류업 컨슈머워치 / 2024.10.17 |
||
158 | [The Korea Times] Korea must balance immediate gains with long-term innovation 사이먼 리 / 2024.09.13 |
||
157 | [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정부·여당 먹사니즘 경쟁 나서라 컨슈머워치 / 2024.08.30 |
||
156 | [이병태의 한국사회 GPS] 쿠팡 과징금 부과, 과연 타당한가 컨슈머워치 / 2024.07.11 |
||
155 | 방통위, 초법적 통신비 인하 압력 멈춰야 [1] 컨슈머워치 / 2024.03.28 |
||
154 | 소비자 편리성 강화하는 무인 헬스장 허용해야 컨슈머워치 / 2024.03.04 |
||
153 | 주말 장 볼 권리는 포퓰리즘이 아니다 컨슈머워치 / 2024.02.15 |
||
152 | 대형마트 규제 폐지, 이제는 소비자 목소리 귀 기울일 때 컨슈머워치 / 2024.02.14 |
||
151 | 세금 투입 제4이동통신 추진은 통신 포퓰리즘 컨슈머워치 / 2024.01.17 |
||
150 | 사과 가격 폭등, 무역장벽 해소해서 소비자물가 잡아야.. 컨슈머워치 / 2024.01.07 |
||
149 | 또다른 지역 차별, 유통규제 풀어야 컨슈머워치 / 2023.11.27 |
||
148 | 자동차세 기준, 과세 형평성 맞게 '가격'으로 변경해야 컨슈머워치 / 2023.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