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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인하는 `돌려막기 정치`다 - 양준모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8.12.11  
• 조회: 1,296

카드수수료 인하는 `돌려막기 정치`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등을 돌리자 정부와 여당이 다급한 모양이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불공정 카드수수료 개편 환영식`이 열렸다. 이상한 행사다. 이 행사에서 전국가맹주협의회는 민주당과 정부가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대책에 감사를 표했다. 카드수수료가 불공정하다고 낙인까지 찍었다.


민생이 침체하고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자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는 불공정한 정치 개입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지로 몰렸고 금리 인상으로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이번 조치로 매출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우리나라 카드산업은 경쟁적인 산업이다. 현재 일부 카드사의 수지는 적자다. 경쟁 시장에서는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없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는 비용 절감 압박에 시달린다. 경쟁 시장에서는 이를 전가할 수밖에 없다. 카드산업의 후방산업은 VAN산업이다. VAN산업은 거래 승인과 전표 관리, 가맹점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지난 정권에서도 수차례 카드수수료가 인하됐다. VAN 산업은 그 부담이 전가돼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부작용이 누적된 상황이다. 전표 관리 및 가맹점 관리 등과 관련된 비용은 주로 인건비다. 최근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 경영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추가적인 인하로 몇몇 VAN사들은 구조조정에 시달릴 수 있다. 카드사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바꾼 것도 문제다. 개편 이후 카드산업의 비용 구조와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왜곡됐다. 카드 결제의 비용은 결제 금액보다 결제 건수에 더 많이 의존한다. 정률제로 인해 카드사는 결제 금액이 큰 소비자와 대형가맹점을 위주로 영업하게 된다. 교차 보조도 발생한다. 소상공인들이 배제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위한다고 매출 규모가 작은 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낮추고 대상 범위를 확대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정부의 의무수납제 재검토도 단견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의 의무수납제가 전 카드의 의무수납제로 읽히지는 않는다. 특정 카드사의 가맹점이 아니면 해당 카드사의 신용카드로 수납할 의무는 없다. 가맹점 선택권이 배제된 것이 아니다. 하나의 VAN사가 모든 카드사의 가맹점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점은 VAN사만 선택하면 모든 카드사의 가맹점이 될 수 있다. 특정 카드만을 고집하는 대형가맹점도 존재한다. 소형가맹점을 그럴 이유가 없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게 이익이다.


소비자가 카드사를 선택하고 판매자가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납부한다고 경쟁 왜곡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가맹점의 부담이 크다고 불평한다. 과연 그럴까. 카드수수료는 궁극적으로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전가된다.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을 지불해도 카드 사용이 편하다. 카드 사용으로 가맹점의 매출도 증가한다. 카드사는 회원 확보를 위한 마케팅을 한다. 회원 수가 증가하면서 거래도 증가한다. 카드산업의 경제 활성화 효과이다.


카드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에 가서 체험해 보라. 우리나라와 같은 VAN사가 없어 카드사마다 다른 단말기를 사용한다. 상점 앞에 여러 개의 단말기를 놓고 장사를 한다. 불편하다. 국민도 카드 사용을 외면한다. 세금은 불투명하게 걷힌다. 이번 정책이 우리나라를 퇴보시키고 민생도 악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이다. 소상공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근로자에게 임금을 올려 준다는 최저임금제가 고용 참사를 야기했다. 소비자들의 혜택을 줄이고 부담을 늘려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내린다고 한다. 이런 민생 돌려막기로는 소상공인들의 매출만 줄이고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핀테크가 발전하고 있다. VAN산업도 여러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카드산업도 핀테크를 이용한 사업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는 카드 및 관련 산업을 위태롭게 만든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이번 정책은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4차 혁명이 카드산업에서도 꽃을 피우도록 정책 폐기를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컨슈머워치 공동대표)



디지털타임즈 2018-12-11일자 22면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121102102269640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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