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자동차세 기준,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가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변경하는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8월 1일부터 3주 동안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 방안에 대해 국민참여토론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개선안 마련을 권고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개편 작업은 소비자 이익 증진과 형평성 제고에 부합하는 적절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에 배기량을 과세 기준으로 삼았던 것은, 배기량이 높은 차량이 대개 고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 원칙에 맞아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른바 ‘엔진 다운사이징’ 추세로 배기량과 차량 가격 간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약해졌고, 전기차의 경우에는 애초에 배기량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그 결과, 1억 원이 넘는 고가 전기차에 대해서는 연간 13만 원의 자동차세가 부과되지만, 약 2,000만 원 가격대 가솔린 승용차에 대해서는 연간 22만 원의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역진 현상’이 빚어졌다. ‘준부동산’인 자동차에 매겨지는 자동차세는, 재산세와 부담금 성격을 모두 갖고 있어 보유 자산의 가격에 비례하여 과세하는 것이 조세 질서상 합리적이다.
승용차 사용자 사이에서는 이미 이러한 불합리한 자동차세 부과 방식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기업 측에서는 불리한 과세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저가 내연기관차 차주 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과세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실시한 국민참여토론에서도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과세 기준을 변경하는 안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대통령실은 “토론에 참석한 국민의 86%가 자동차세 개선에 동의함에 따라 기존 배기량 과세 기준을 공정 과세 실현,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차량가액 등 다른 기준으로 대체하거나 추가·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부과 방식이 도입된 것은 무려 56년 전인 1967년으로, 현재 자동차 생산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애당초 고가의 승용차 소유주에게 더 많은 자동차세를 매긴다는 제도 취지를 반영한다면, 이제는 가격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각에서는 한미FTA 규정과의 상충 문제, 중고차의 경우 가격 산정의 한계 등을 지적하나, 이것이 과세 기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막을 만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자동차 가격과 탄소배출 등 환경에 미치는 오염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여건상 낮은 가격대 내연기관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가 그만큼 자동차세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개편안을 기대해본다.
2023. 10. 30.
컨 슈 머 워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