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폐기하라
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폐기하라
지난 12월 초 농수축산물 일부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팔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민주당 우원식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치단체가 ‘상생 품목’을 지정하면 그 품목들은 대형마트나 SSM에서 판매가 금지된다. 중소상인 살리기 명분에만 집착하던 정치권이 ‘대형마트 강제휴무’에 이어 ‘특정품목 판매제한’까지 팔을 걷어 부친다. 한쪽 눈으로는 중소상인을 보면서, 다른 쪽으론 생산자(특히 농어민과 영세중소 제조업자)와 소비자를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 법안 하나가 더 만들어진 셈이다.
대형마트의 판매품목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이미 도입실패를 경험했다. 지난 3월 서울시는 콩나물∙두부∙소주 등 51개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도록 추진하려다 소비자와 농민단체 등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당당하게 내걸렸던 ‘상생’이란 간판이 참으로 초라하게 자취를 감추었다. 이유는 수두룩하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상인의 반발, 판매제한 조치를 비웃듯 유사제품의 등장, 동네-재래시장으로의 유인효과 미흡 등이다.
소비자를 무시하는 법안이 국회내에서 멀쩡히 추진될 때, ‘특정 집단을 돕는다’는 명분이 매우 뻔뻔하게 주장될 때, 실로 국회의 ‘소비자 망각증세’가 심각함을 느낀다.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소비자를 법안-정책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다. 대형마트를 월 2회 강제로 문 닫게하여 골목수퍼-재래시장으로 소비자의 등을 떠밀고, 동네빵집을 위한답시고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입점을 막아 소비자의 입맛까지 단속한다.
게다가 대형마트에서 사지 말아야 할 것과 동네상점에서 살 품목까지 지정해 매일 소비자의 발걸음마저 통제하려 든다. 법으로 골목수퍼나 재래시장에서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거나 비싼 값에 구매하게 하면 결국에는 골목상권 죽이기가 될 것이다.
국회가 내세우는 ‘중소상인 상생’ 명분도 현실에선 다른 결과를 낳는다. 지난 23일 국내 최대 농민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철회를 외쳤다. 가뜩이나 대형마트 휴무로 농산물 재고가 쌓여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판매품목 제한이 도입되면 농어민의 판로가 막힌다고 한다. 이 법안은 농어민외에도 대형마트 해당품목 납품업체나 마트에 입점한 영세 임대상인 모두 공멸의 길로 내몰 것이다. 그러니 동네점주와 농어민, 임대상인 사이 편을 갈라 ‘을(乙)간의 전쟁’을 부추기는 악법이 아니고 뭐겠는가. 이 전쟁은 이미 동네수퍼 상인들 간 상품공급점 규제를 두고도 진행 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일명 ‘상생품목 협력법’이라 불린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봉쇄하고 중소상인 간 갈등을 부추기는 실상을 보면 참으로 역설적으로 들린다. 시장에서 공급의 방향과 시장의 흐름을 움직이는 역할은 소비자에게 있다. 그럼에도 법안이나 정책의 궁극적 지향점이 특정 집단으로 쏠릴 경우 시장내 무수한 오작동을 초래한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시장의 흐름을 역행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신속히폐기돼야 마땅하다.
2013년 12월 26일
<컨슈머워치> 설립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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