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NGO신문]종이컵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제외에 환경단체, 반발 목소리 `확산`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 임박···환경부,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 연장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제외···일회용품 감소 매장 지원
그린피스·녹색연합, 일제히 비판···일각에서는 찬성 의견도 제기
환경부가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가 임박함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을 연장했다. 반면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아예 제외했다. 이에 환경단체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찬성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8일 "환경부는 지난 1년간의 계도기간 동안 소상공인을 지원, 제도를 안착시키는 대신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면서 "특히 일회용품 규제에서 제외된 종이컵은 플라스틱 코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빨대와 비닐봉투에 대해서도 무한계도기간을 줬기 때문에 사실상 플라스틱 규제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지난 7일 환경부에서 브리핑을 개최하고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 향후 관리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앞서 2022년 11월 24일 일회용품 추가 규제가 시행되며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금지됐다. 또한 식품접객업 등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도 금지됐고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체에서는 비닐봉투 사용(판매 또는 제공)이 금지됐다. 위반 시 최대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1년 계도기간이 부여됐으며 계도기간은 오는 11월 24일 종료된다. 이에 환경부는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 향후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이 연장된다. 임 차관은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인 종이 빨대의 가격이 3배 가까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는 매우 낮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하면서 규정을 지키려고 하는 매장에서는 고객과의 갈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품의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도 안정되는 시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제외된다. 임 차관은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해외 각국은 폐기물 감량의 효과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차관은 "또한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과 매장에서는 다회용컵을 세척할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났다"면서 "특히 공간이 협소한 매장은 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점들을 감안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겠다. 규제에서는 제외되지만 다회용컵을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참여하는 매장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닐봉투는 과태료 부과보다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 환경부 입장이다. 임 차관은 "비닐봉투는 우리 국민들께서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신 덕분에 상당 부분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편의점을 비롯해 많은 매장에서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와 같은 대체품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매년 일회용 종이컵 사용으로 1억 6724만kg의 탄소가 배출되고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전환 시 매년 2억 5000만kg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며 환경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그린피스는 지난 7일 일회용컵과 재사용컵의 환경 성과 비교 보고서인 `재사용이 미래다`를 발표했다"며 "연구에서는 폴리에틸렌(PE) 코팅 종이컵을 포함, 일회용컵과 다회용컵 시스템을 비교했다. 연구에 따르면 종이컵은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함께 생산단계에서 막대한 환경영향 물질을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또한 종이컵은 목재 펄프 생산과 종이 가공에 자원을 사용, 물 고갈과 농경지 점유에 영향을 미치고 종이컵과 폴리프로필렌 뚜껑을 위한 플라스틱 생산은 화석연료 고갈에 영향을 준다"면서 "때문에 생산단계에서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사용횟수를 늘리는 재사용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전 세계적으로도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 회의 개최국이자 우호국 연합 소속 국가로서 대외적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국내 정책에서도 강력하고 일관된 태도로 플라스틱 오염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도 "환경부는 세계 어디에도 종이컵을 규제하는 곳이 없다며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종이컵이 규제 품목에서 제외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라면서 "종이컵 규제 완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이명박 정부 임기가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일회용품에서 제외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종이컵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해당 규제로 인해 국민 생활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며 "그러나 이후 종이컵 사용은 급증했고 5년 새 일회용컵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환경부는 2019년 시행규칙을 개정,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그러나 2023년 11월 환경부는 다시 종이컵을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면서 "2019년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종이컵이 연간 248억개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규제를 안하겠다는 것은 직무 유기다.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종이컵이 플라스틱이 아니라서 괜찮다가 아니라,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부의 역할은 명확하다. 환경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번 제도 유예를 발표하며 산업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산업부의 2중대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 이후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들은 일회용품을 강력하게 규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가장 밀접한 현장에 있는 국민, 소비자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환경부에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경부 결정에 찬성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컨슈머워치는 "일회용 종이컵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에서는 불가피하게 머그컵 등 다회용컵을 사용해야 했으나 부작용이 속출하고 불편만 가중됐다"며 "세척과 관리에 필요한 기기 구매와 인력 고용에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했으며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그마저도 감당하지 못해 영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범법 행위`를 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슈머워치는 "환경부의 결정은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함과 동시에 규제 준수에 따른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는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아울러 더 이상 강압적인 일회용품, 플라스틱 사용 금지가 환경 보호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정책 혁신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성민 한국NGO신문 기자
한국NGO신문 2023-11-08
종이컵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제외에 환경단체, 반발 목소리 `확산`- 한국NGO신문(http://www.ngo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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