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후퇴한 `비대면 진료` 핵심 쟁점은…소아청소년 초진·약 배송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춰지면서 그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중단되고 시범사업으로 전개된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최근 당정협의를 통해 시범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재진 중심, 약 배송 금지 등 원칙을 담은 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실제 시행에 앞서 최종 확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기존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보다 대폭 후퇴가 예상된다.
제한적 초진 …주말·휴일 소아청소년 허용할까
쟁점은 역시 제한적으로 허용될 초진 대상과 약 배송 대상이다. 당정이 내놓은 방안에서 초진은 의료기관을 직접 찾기 어려운 감염병 확진 환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도서·산간 환자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당초 휴일·야간에 한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되는 것이 거론됐다가 의사단체 등의 반발에 우선 제외됐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소아청소년은 표현이 서투르고 그 증상이 비전형적인 환자군의 특성상 반드시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한 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소아청소년과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소아과 대란` 사태와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등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의료기관이 쉬는 날에는 최소한의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성명서에서 "원래 다니던 병원의 진료가 종료된 야간·주말에 아이가 아프면 또다시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는, 사실상 비대면 진료 허용 전의 막막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밤늦은 시간 아이가 아플 때, 의사와의 전화 상담과 긴급한 처방이 부모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가 의료사고 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주장은 그간 데이터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현황·실적에서도 3년간 1379만명이 이용, 별다른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이용자들 대부분이 경미한 증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는 방증이다. 2020~2022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 등은 접수되지 않았다. `환자 안전`이라는 가치를 우선해 `재진 중심`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현실적으로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위한 타협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동 불편 독거노인도 약 배송 불가…추후 보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약 배송`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에서는 플랫폼이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약사법상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돼 있어 줄곧 논란이 있었다.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의약계는 약 배송 허용을 위한 약사법 개정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행에 앞서 ▲동일성분 조제 활성화 ▲환자 중심 약국 선택권 보장 ▲플랫폼 개입 없는 약사 주도의 합법적인 약 전달 ▲비대면 플랫폼 업체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기구 설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제한적인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감염병 확진 환자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도서·산간 주민 등은 대표적인 취약계층이다. 이는 초진 허용 대상과 대부분 겹쳐 초진 허용 대상에 한해 약 배송을 허용하는 게 일견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은 약 배송의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노인·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등에 대해 보완 방안을 강구해나가기로 했지만, 약사회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느 정도 제한적 허용을 받아들이려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도 크게 후퇴한 시범사업 방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당정협의 직전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던 원산협은 시범사업안이 발표되자 "대한민국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원산협은 "보건복지부는 의약단체, 그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정작 성실히 일상을 살아내며 그저 비대면으로라도 건강을 관리하고자 했던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에서의 재진을 재정의하고, 초진 허용 범위를 확대해 지금이라도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범사업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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