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신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갈팡질팡`, 방향성 분명히 해야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 해제를 당초 예상보다 빠른 지난 5일(현지 시각) 발표하면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하향하면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전국 시행하는 가닥을 잡은 것으로 8일 전해졌지만 하루 반나절도 안돼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세부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안과 관련해 복지부 내부에서도 혼선을 빚는 모양새다. 복지부가 갈 길을 잃고 허둥지둥 대니,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초진·재진 허용을 놓고 의사·약사·플랫폼(앱) 업계가 각각 격정적 선전과 감정에 호소하는 여론전에 치중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는다.
보건의료시스템은 국민 건강과 생명이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직능을 사수하려는 의료계와 수요를 늘리려는 산업계의 `초진이냐 재진이냐` 치열한 갑론을박 속 `국민 건강을 위한 안전성 담보`를 위한 세부 시행안에 대한 논의는 눈 씻고 보려야 볼 수 없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앞서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막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한 것 아닐까.
한국소비자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00명 중 92.6%가 원격의료 도입에 찬성했고, 82.6%는 향후 원격의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올 1월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료소비자인 국민은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분명 병·의원 방문 없이 편리하게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고 약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소비자에게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비대면으로 발생할 수 있는 편법적인 진료·약 처방 행위나 약물 오·남용 등의 부작용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위한 세부 규제 및 시행안을 설정해 시행해야 한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 의사가 환자에 처방한 의약품의 처방전 형태와 전송 방안, 약 전달 방식 등은 물론, 진료 수가 역시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약 30여개의 중개 플랫폼이 생겨났는데, 각 의료기관과 약국이 모든 앱을 설치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이에 공공 앱과 공적 처방전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빠른 시일 내 시행이 어려운데다 무리하게 추진 시 건강보험 재정 고갈은 뻔한 일이다. 이 모든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세부 시행안에 대한 논의 없이 `비대면 진료`부터 외치는 복지부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수행 실적을 위한 무리한 추진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성과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변화는 옳지 않다. 정교한 사회적 협의과정을 통해 정말로 국민을 위한 안전한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길 기대한다.
약업신문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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