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만족 못한 졸속 행정` 논란
보건복지부 발표에 플랫폼·소비자·약사 모두 비판
정부-의사협회만 제도화 방향 결정… 모든 업계 의견 청취 해야
정부가 병원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관련 단체들 모두 만족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면 진료 원칙하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하되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제도화 추진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의사 및 약사 업계의 반발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련 협회와 협의점을 모색하는 자리(1월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제도화 원칙에 대해 관련 업계 모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보건복지부의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원산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비대면 진료의 효용을 언급하며 네거티브 규제 혁신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재진 환자만을 위한 ‘포지티브 규제’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함으로써 국민이 만 3년간 경험했던 비대면 진료와 이를 운영했던 기업들은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단체는 정부의 결정이 소비자의 치료 접근성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컨슈머워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다름 아닌 소비자이며 국민”이라며 “정부가 임의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것은 결국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특정 업종의 기득권을 지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라고 전했다.
플랫폼 업계의 요구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던 약사 단체는 다시 반대 입장을 냈다. 서울시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제도화 추진의 졸속적인 행태와 보건의료시스템을 시장판 만들려는 플랫폼 업체들의 위험한 발상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보건의료현장의 전문가 단체와 어떠한 교감도 없이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제도화의 끼워 맞추기식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는 복지부의 행태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방향은 의사 단체와 상의하고 결정했을 뿐, 다른 단체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현안협의체는 필수의료 활성화와 비대면 진료,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지난 9일 진행된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정부는 대한의사협회가 제안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비대면 진료는 약사, 산업계 등 여러 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인데, 정부는 의료계 한쪽 입장만 고려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셈이다.
컨슈머워치 측은 “간단한 진료조차 받을 시간이 부족한 일반 생활인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개인의 건강권을 챙길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라며 “비대면 진료의 반대는 정작 진료 포기, 진료 지연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보건복지부는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매일일보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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