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이코노미] `재진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에 업계·소비자 뿔났다···복지부 "업계 의견 청취할 것"
원산협, 복지부 `재진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안에 `반대 성명`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99%가 초진···업계 `빨간불`
복지부 "확정안 아냐···플랫폼 업계 의견 청취해 추진안에 반영할 것"
보건당국의 `재진·만성질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자 관련 업계가 반대 성명을 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초진 환자인 상황에서 업계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비대면 진료가 채우고 있는 현실도 배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19개사가 속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건복지부의 `재진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방향에 반대 입장을 냈다. `국민 누구나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 확대를 요구했다. 원산협은 성명서에서 "복지부가 국민 1379만명이 3661만건의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면서 증명된 안전성과 편익, 의사-환자-약사 간 형성된 신뢰 자본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는 플랫폼 업계 생존을 위협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새로운 규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복지부는 동일한 질병으로 동일한 병·의원 의사를 90일 이내 방문한 재진 환자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약품 오남용, 비대면 진료의 부정확성 우려로 초진 환자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번 추진안은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한 내용이다.
그러나 원산협에 따르면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 허용된 지 3년간 우려됐던 안전성 문제,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수요층이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플랫폼 이용자의 대부분이 초진 환자라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할 당시 초·재진 구분 없이 의료공백을 메웠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가 당장 문을 닫게 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의 선재원 대표는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 10명 중 9명이 초진 환자"라며 "재진 환자 기준을 어떻게 적용시킬지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선 대표는 또 "재진 환자만 가능하게 된다면 초·재진을 분류할 시스템을 구현해야 하는데, 거기에만 상당 기간과 비용을 할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복지부 방침대로라면 감기로 대면 진료를 받은 후 두 달 안에 또다시 감기에 걸려 앱에서 진료 받은 병원을 찾아야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해당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반드시 운영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직장인 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진료 대란이 발생하면서 관련 질환에 대한 비대면 진료가 급증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1위 닥터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닥터나우의 비대면 진료 과목 비중은 내과(19%), 피부과(17%), 이비인후과(16%), 소아청소년과(13%) 등 순으로 나타났다.
3040 여성 이용자들의 비대면 진료 과목 비중을 살펴보면 소아청소년(23.7%)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군에 비해 대면 진료가 어려운 오후 11시~12시(자정)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닥터나우와 같은 플랫폼들이 소아청소년과 의료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지호 원산협 공동회장은 "소아과 진료 대란이 발생한 지 꽤 됐지만, 좀처럼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최근 닥터나우의 소아과 진료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가 대안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공동회장은 또 "의료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게 보편적 의료체계에 맞는지 모르겠다"며 "제2의 타다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의 반발도 쏟아졌다. 소비자운동 단체인 컨슈머워치는 이날 논평을 내고 현행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반(反)혁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는 대상 확대를 위한 전방위적 설득에 나섰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약속한 시점이 세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닥터나우 공동 창업자인 박건태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진 확대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손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를 만나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침은 확정안은 아니다"라며 "업계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이 나온 만큼 업계 청취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현재 국민의힘 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이 비대면 진료의 대상을 초진 중심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앞두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이코노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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