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허위 매물`로 밥그릇 찬 중고차 `생계형` 시장
중고차 업계 `골목 상권 보호` 논리로 생계형 지정 요구
정부, 중고차 매매업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 안해…`소비자 후생` 중시
소비자,자동차 학계도 기존 중고차 업계 불신 "허위 매물 근절 등 자정 의지 부족"
`이번 미지정 결정은 중고차 업계 자업자득` 평가 많아
지난 22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 중고차 판매 딜러들이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결정한데 대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생계형 적합 업종 미지정으로 중고차 매매업에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영세한 기존 업계는 고사할 것이라며 생계형 업종의 재지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의 `골목 상권 보호`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였다. 대체적인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소비자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지난 17일 중기부의 결정 직후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대기업의 참여로 중고차 시장이 깨끗해 질 것`이라거나 `허위 딜러들의 소비자 기만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며 중기부의 `미지정` 결정을 환영하는 내용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컨슈머워치`는 18일 논평을 내고 "중고차 시장 개방 결정으로 중고차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차량 성능 정보나 가격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며 "결론을 기다려온 소비자들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이 소비자 피해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고차 업계는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고, 결정에 반대해 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제도 시행에 따른 추가적인 보완 사항을 논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동차학계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하고 중고차 시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존 중고차 업계의 `약자 보호` 프레임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허위매물과 허위딜러, 원하지 않는 상품 강매 등 기존 중고차 업계의 불법 행위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이로 인해 사업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정책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
김필수 교수는 "중고차 시장이 30조원에 이르는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소비자 피해가 많고 중고차 업계의 자정 기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이 이번 (미지정)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 회의 때도 중고차 업계가 참석해 `업체들이 영세하니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심의위원들은 `소비자 후생`을 더 중요하게 봤다는 후문이다. 심의위원들이 중고차 업계 대표들을 향해 소비자 불만과 댓글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시간을 줬는데 뭘 했느냐`고 다그쳤다는 것.
이같은 모습은 9년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사업권을 보호했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확장을 제한했다.
당시 동반위는 "동반 성장은 이제 시대의 가치"라며 "각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동반위는 지정 기간이 2016년에 끝나자 한차례 더 연장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동반위는 이번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 때는 소비자 후생 등을 이유로 지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국 중고차 업계는 소비자들로부터의 신뢰를 잃으면서 정부의 신뢰도 잃고 결과적으로는 시장도 잃게 된 셈이다.
중고차 업계는 새 정부를 상대로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기본적인 입장이 `규제 완화`와 `자율 경쟁`이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는 이에 따라 `사업 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 조정 제도는 중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분쟁 조정 제도로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상생법)`에 따라 중소기업자 단체가 특정 기업의 사업으로 피해가 우려되면 중기부 장관에게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조정 결과에 따라 정부가 특정 기업의 진출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과태료를 내고서라도 사업을 강행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중기부는 정부의 사업 조정 이전에 완성차 대기업과 기존 중고차 업계가 자율적으로 사업 범위를 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연식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내의 `인증 중고차` 만 취급하고 오는 2024년까지는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5.1%까지만 올리는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중고차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알짜 물량`을 독차지 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자율적 조정 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노컷뉴스 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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