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비즈] [유통 흔드는 정치권력]① 대형마트 강제휴무 10년...산업도 골목도 못 살렸다
광주 복합쇼핑몰 공방으로 재조명된 유통법
대기업 vs 지역상인 이분법적 규제... 실효성 없어
’표팔이’ 위한 정쟁의 도구로 악용...소비자 후생은 뒷전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을 놓고 대선 후보 간 공방이 커지면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제정된 법이지만, 정쟁(政爭)의 도구로 전락해 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했다는 평가가 많다. 조선비즈는 유통산업을 옥죄는 규제의 현주소를 3편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전통시장 살리려고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규제한다구요? 그런 논리라면 아마존 직구(해외 직접구매)부터 막아야죠.”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애초에 다른 성격을 가진 시장을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놓고 규제하다 보니 산업도 골목도 살리지 못하는 악법(惡法)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선진화와 유통기능의 효율화, 소비자 편익의 증진을 위해 1997년 제정됐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지역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규제’ 기조로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통시장 근처에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한 것을 시작으로, 월 2회 대형마트의 문을 닫게 하는 등 점차 규제의 강도가 세졌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유통법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렸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폐점하면 인접 상권이 침체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가 2020년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 부평점 폐점(2018년) 이후 인근 슈퍼마켓 등의 매출액은 감소했다. 대형마트가 있던 상권을 찾던 고객이 폐점 후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특히 소형 점포의 피해가 컸다. 매출 10억원 미만의 슈퍼마켓은 매출이 하락했고, 50억원 이상은 매출이 늘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매출 상승효과를 보지도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도입한 2012년부터 2019년 사이 소상공인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은 각각 6.1%, 11.4%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적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무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대신, 이들은 근처 슈퍼마켓을 이용하거나(37.6%),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28.1%)고 답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법안 발의의 권한을 쥔 정치인들이 유통법을 ‘정쟁의 도구’로 삼은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표팔이’를 위해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편 가르기식 규제에 집중하다 보니 부작용만 생겼다는 것이다.
유통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와중에도 “대형마트(대기업)를 막으면 시장이 산다”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 전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소비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0%에서 지난해 51%로 급감했다. ‘새벽배송’ 등 온라인 장보기가 늘면서 대형마트의 입지도 좁아졌다. 이 기간 유통업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서 15%로 줄었다. 백화점, 편의점보다 낮은 수치다.
그런데도 유통 규제는 더욱 강화될 태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14건에 달한다. 이중엔 복합쇼핑몰, 면세점에 월 2회 의무휴업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여당은 해당 개정안 통과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현행 유통법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건립 공약을 내놓은 후 화제를 모은 이유도 지역민 편익의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그는 “복합쇼핑몰로 사람이 몰리니 규제를 하려는 것 같은데, 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또 다른 곳(온라인)으로 갈 것”이라며 “소비자 지갑 열게 만드는 정책을 해야 소상공인도 살고 유통기업도 산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6월 국회에서는 여당 주도로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영업을 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형마트에서도 심야나 휴업일에도 온라인 상품 배송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통 규제에 앞장섰던 여당이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정치적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0년간 유통 규제를 해 본 결과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면서 “앞서 유통 규제를 시행했던 일본, 프랑스도 규제를 없앴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기존 법을 일몰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2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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