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소비자 권익 지키는 자유시장경제 파수꾼이죠”
“소비자 선택권 찾아주는 경제전문가들…자유로운 시장경쟁이 소비자 권익 키워”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 모두는 곧 소비자죠. 소비자의 권익이 줄어든다는 건 곧 우리 모두의 권익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잊고 지내죠. ‘컨슈머워치’는 국민 모두가 소비자라는 걸 알림과 동시에 소비자, 즉 국민 모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소비자운동 단체에요.”
컨슈머워치는 단체명에서도 나타나듯 소비자의 시각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법률과 정책, 이익집단과 공급자 등을 감시·비판하는 소비자운동 단체다. 소비자의 권익이 줄어드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경제전문가, 일반 시민 등이 뜻을 하나로 모아 이곳을 탄생시켰다.
컨슈머워치는 여타 소비자단체와는 달리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져야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나아가 소비자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컨슈머워치가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는 각종 법률과 정책을 감시·비판하는 이유다.
“소비자 이익 보호 위해 경쟁 촉진 필요…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비자”
컨슈머워치를 만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위치한 한 조그만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엔 컨슈머워치를 이끄는 경제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모습으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있었다. 대중들에게 경제 지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듯 보였다. ‘이 방법에 대해서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거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순 없을까요’ 등의 이야기가 오갔고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표정들이 수차례 스쳐 지나갔다.
열띤 대화를 나누던 경제전문가들은 컨슈머워치의 정책위원, 운영위원들이다. 순간의 장면에 불과했을 수 있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경제전문가들이 모여 소비자운동 단체를 발족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컨슈머워치의 창립멤버이자 정책위원으로 활약 중인 김정호(64) 박사(서강대학교 겸임교수)는 지난 6년의 시간을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온 인물이다. 김 박사는 김진국 컨슈머워치 초대 대표와 의기투합해 단체 발족에 힘을 보탰다.
“우리 모두는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가 될 수 있어요. 소비활동이라는 게 남 일이 아니고 소비자 권익이 제 3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비자라는 자각을 가지고 소비자 주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컨슈머워치는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자 탄생한 단체며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소비자단체는 기업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죠. 물론 기업들의 그릇된 행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과정도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필요하죠. 다만 비판의 대상이 기업에 한정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기업부터 자영업자까지 모든 공급자들이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소비자들은 성역 없이 모든 공급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할 수 있어야 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권익을 확대할 수 있으니까요.”
김 박사는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소비자 선택권이 최대한으로 보장될 때 비로소 소비자 이익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선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는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원하는 장소에서 필요한 시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받을 권리가 있죠. 이 권리를 경험하게 하는 건 기업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에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해요. 그래야 서비스 수준과 재화의 질이 높아지는 동시에 가격은 보다 낮아질 수 있는 있기 때문이죠.”
“결국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건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인 셈이죠. 이에 컨슈머워치는 대형마트 휴무제, 도서정가제, 공유경제 금지 등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법률과 정책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우리 생활 자체가 소비활동…소비자권익 보호가 삶의 질 높일 수 있어”
“시장 경쟁 촉진으로 특정 기업의 독점,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과거 사례들이 이를 증명하죠. 일례로 월마트가 미국 전역으로 뻗쳐나갈 때 유통시장을 독점하고 인근 상권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어요. 하지만 실제로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 뻗어나간 후 인근 상권은 되레 발전했어요. 월마트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오고가는 길에 인근 상점들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에요.”
컨슈머워치 정책위원으로 있는 정회상(42)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지난해 컨슈머워치에 합류해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인물이다. 정 교수는 자유시장경제 확립에 따른 부작용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시장은 영원이 경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형마트의 확장으로 재래시장 등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형마트가 커진다고 재래시장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대형마트 안에 재래시장이 들어간다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해요. 이 경우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재화를 구매할 수 있죠. 대형마트의 확장이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해줄 수 있다는 얘기에요.”
“만약 전국에 재래시장, 슈퍼마켓 등이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형마트가 차지했다고 해서 시장에 경쟁이 사라졌다고 볼 순 없어요. 대형마트에도 단점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단점을 해소한 또 다른 유통채널이 대형마트와 경쟁할 테니까요. 지금 이커머스 업체들이 성장하며 대형마트와 경쟁하고 있는 게 그 예로 볼 수 있죠. 역사적으로 시장은 경쟁을 멈춘 적이 없어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시장은 끊임없이 경쟁을 반복한다는 얘기죠.”
곽은경(39)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선택권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2016년 운영위원으로 컨슈머워치에 합류한 인물이다. 지난해 사무총장으로 위촉돼 컨슈머워치의 활발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일상의 모든 활동이 소비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비자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활동을 상점에 가서 돈을 지불하거나 카드를 긁는 행위 등으로만 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강의 수강, 병원 진료, 운송수단 탑승 등 생활 전반이 소비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물건을 싸게 달라고 하는 게 소비자운동의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우리 소비자들은 더 나은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 주말에 마트에서 쇼핑할 권리, 택시 대신 ‘타다’를 탈 권리를 되찾아야 합니다. 이런 것들 모두가 소비자운동의 일환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어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왜 중학교를 선택해서 진학할 수 없을까’, ‘왜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은 비쌀까?’ 등의 고민을 시작하고 권익을 주장한다면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나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죠. 결국 소비자운동이라는 게 작은 변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줄 수 있다는 얘기에요.”
컨슈머워치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해 나아갈 계획이다. 요즘엔 다가올 총선을 대비해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분석해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제언을 내놓을 준비에 한창이다. 집단 규모를 키우기 위해 구성원 모집과 홍보활동 등에도 힘쓰고 있다.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죠. 앞으로도 컨슈머워치는 공급자나 이익집단 등의 그릇된 행태로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감시하고 방지하기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에요. 현재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각 공약들을 분석해 소비자 이익 보호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점검하고 정책 제안 등을 내놓으려 해요. 컨슈머워치의 규모를 키우고 보다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회원모집에도 나설 계획이에요.”
강주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20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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