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도, 경제도 실패하는가 - 양준모
우리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구호가 무색하다.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보름 가량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다. 경제활동 금지 조치는 의료 대응 태세가 준비되지 못했을 때 일시적으로 실시하는 정책이다. 최초 발생 이후 7개월이나 지난 상황에서도 의료시스템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 및 대응 정책에 대한 평가가 시급하다.
1월 20일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온 국민이 코로나 공포에 시달렸다. 미국은 2월 2일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방문자의 입국 금지 대신 우리 국민의 방역 의무를 강조했다. 그 당시 정부 논리는 지금과 판이했다.
정부가 K-방역을 강조하지만, 정부 대응은 낯부끄럽다. 4월까지 인구 대비 누적 사망자 수는 일본보다 많았다. 기업들이 만들어낸 진단 장비로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뿐이다. 진단 장비가 다른 나라보다 빨리 도입이 됐지만, 입국 통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역망은 바로 허물어졌다. 2월 6일까지 우한에서 입국한 1605명의 조사대상 중에서 271명만이 모니터링됐다. 결과적으로 지역확산의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이후 불행하게도 확진자가 폭증했다.
사건에 매몰돼 실시하는 편중된 검사도 문제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발생한 사건을 신천지 사건으로 축소해서 대응했다. 신천지 관련자들은 거의 검사를 했지만, 지역사회 감염은 계속 퍼졌다. 정부는 8·15 집회와 관련해서도 그릇된 인식을 전파하고 행정력을 낭비하면서 편파적 방역을 했다. 9월 6일 기준 국내 누적확진자는 1만8285명이고, 8월 15일 0시 기준 국내 누적확진자는 1만2410명이었다. 8·15 집회 관련 확진자는 527명으로 9%에 미치지 못한다. 공권력을 총동원하여 조사한 결과다. 정치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방역은 실패했다.
정부는 6월 1일 1684억 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해서 관광, 외식, 숙박, 공연 등을 활성화한다고 발표했다. 제주도 여행객 수는 작년보다 늘었다.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4일간 18만 2183명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전국의 해수욕장과 놀이터에는 사람들이 모였다. 8월 휴가가 마무리되면서 춘절이 마무리되는 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검사의 일상화 및 방역 준비도 없이 어설픈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연이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사죄하는 당국자는 없고, 국민만 고생하고 있다. 9월 2일 보도에 따르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1794명이 수사받고 있고 957명이 기소됐다. 마스크 의무화 위반으로 385명이 수사받았고 198명이 기소됐다. 8월 30일부터 국민의 일상생활이 통제되고, 국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누구는 장사하고 누구는 장사를 못 한다. 기준도 모호하다. 아무리 법으로 경제 활동을 막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는 보상해야 한다. 당연히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정책 당국자들은 처벌 대상이다.
다른 나라들은 국민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면서 직장과 학교를 중심으로 일상적 검사를 통해 조용한 전파를 막는다. 언론 보도와는 달리 감염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기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방역을 위해서는 정기적 검사가 필수다. 정부는 일상적 검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고, 국민의 삶만 옥죄고 있다.
광범위한 지역감염 상황에서 방문객 명단 작성은 사후약방문으로 방역 효과도 적고, 낙인효과로 경제적 피해만 늘어난다. 이번 조치로 국민의 개인정보는 범죄인들의 손에 들어갔다.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조치는 전무 하다. 면책성 공문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가 생기면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자신의 책임은 외면한다. 사람들에게 피하라고 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불이 나면 불을 꺼야 한다. 삶을 영위하면서 건강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디지털타임스 20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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