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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보급률 100%라는 허상 - 이병태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0.09.07  
• 조회: 1,142

주택보급률은 단순 가구 대비 주택 수… 공급 부족 현실 반영 못 해

미국·일본은 110% 넘어도 1가구 1주택 구현 못 해… 서울은 95.9% 불과

신규 주택 확대하고 다주택자 임대 장려해야… 정치적 선동으론 문제 더 꼬일 뿐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에 부동산 투기꾼과 ‘전쟁’이 더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전 세계 유례없는 경찰국가를 꿈꾸고 있다.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마치 계엄령 치하처럼 펼치고 있다. 투기꾼들과 전쟁은 “주택 공급은 충분한데 이들이 다수의 집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치솟고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이뤄진다. 정권과 그 호위 세력인 일부 시민단체는 다주택 보유자들을 연일 공격하며 공직자 부적격 사유와 부도덕의 상징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서울에 더 많은 공급이 이뤄져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있는 한 집은 부족하게 된다”면서 집값 상승 원인을 투기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은 비현실적인 목표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 주택 공급은 충분한가? 국토부가 인정했듯 2017년 기준 서울 주택 보급률은 96.3%, 경기는 99.5%로 두 곳 다 100% 미만이다. 주택 문제 진원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이다. 서울 주택 보급률은 문 정권하에서 2018년 95.9%로 추락했다.


미국은 2010년 이후 주택 보급률 107.8~111.5%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1990년대 중반 주택 보급률이 110%를 넘는다. 주택 수는 가구 수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런던도 보급률이 105% 이하로 떨어진 2011년부터는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100%라는 수치로는 충분한 주택 공급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서울 주택 보급률은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아야 한다. 국제화된 메가 도시 서울에서 보급률 100%로는 어림도 없다. 서울은 매년 12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찾는 관광 도시다. 해외 유학생 16만명 중 60%가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이고,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의 65%가 수도권에 체류한다. 이들은 가구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100% 보급률은 극단적으로 누가 이사하지 않으면 이사하지 못하는, 노동력 이동을 극도로 제한하는 사실상 거주 이전 자유가 없는 비효율적인 도시를 가리키는 숫자일 뿐이다.


현재 주택 보급률은 서울에 주소를 갖고 있는 가구 수를 대비한 것으로 어쩔 수 없이 서울 밖에 살면서 진입을 희망하는 가구와 신규 가구 분화, 청년 인구 진입 등 잠재 수요도 소화하지 못한다.


재고 주택 품질 역시 문제다. 수요자들이 기대하는 주택 품질과 실제의 격차가 크다. 아파트 평균 수명은 영국 128년, 독일 121년, 프랑스 80년이 넘는 반면 한국은 27년 미만이다. 50년 전인 1970년에 국민소득이 279달러에 불과했던 농업국가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은 주택은 새로운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 40년 전 소득 1700달러, 30년 전 6500달러 수준에 맞추어 지은 아파트들은 주차장도, 김치 냉장고 둘 공간도 부족하다. 소득 3만달러 시대 신혼부부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은 아니다.


결국 모든 집 수를 가구 수로 나눈 보급률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허망한 수치일 뿐이다. 두 자녀 이상에 부모님까지 모시고 살던 시대 집들은 핵가족 시대엔 비현실적이다. 전업주부와 노인들이 아이를 돌보던 시대에서 맞벌이 부부가 출근길에 유치원과 학원에 아이를 쉽게 보내기 편한 집은 아직 많이 모자란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은 기초 사실부터 부실한 전제를 깔고 있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니, 다주택 보유자들을 악마화하는 쪽으로 선동하고 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보급률 110% 미국에서도 임대주택 비율은 31~37%로 유지되고 있다. 즉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주택을 사고 싶지 않거나 살 수 없는 가구가 많이 있는 셈이다.


대도시는 더 심하다. 2018년 뉴욕시 도심(브루클린, 맨해튼 등) 자가 보유율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즉 75% 가구는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 역시 임대주택 비율이 60%를 넘는다. 이는 경제 발전에 따른 현상으로 OECD 자료를 보면 국민소득과 자가 보유율은 반비례한다. 이는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탓도 있지만 경제가 고도화하면 일자리와 인구 유동성이 커지고, 가족 관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자가 보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서울도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자가 거주 비율은 42.9%에 불과하다. 외국인 수요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57% 가구는 임대주택에서 거주해야 하고 이 비율은 쉽사리 줄어들 수 없다.



서울 임대 수익성 다른 도시보다 낮아


임대주택은 공공 임대주택과 대규모 부동산 기업들이 공급하는 민간 임대주택이 있다. 우리는 공공 임대주택을 책임져야 할 LH공사가 2019년 기준 부채가 128조원에 달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애로가 많은 실정이다. LH는 현재 임대주택을 하나 늘릴 때마다 부채가 1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 기업이 사업하기도 쉽지 않다. 임대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뉴욕시의 방 1개짜리 소형 주택 평균 월 임대료는 약 380만원, 방 두 개짜리는 430만원이다. 도시 생활 물가를 비교해주는 넘베오(Numbeo)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평균 임대료는 뉴욕시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연간 임대 수입을 주택 가격으로 나눈 도심 주택 임대 수익률을 보면 서울은 1.32%로 조사 대상 475도시 중 대만 타이베이에 이어 둘째로 낮다. 이는 우리나라 임대주택이 주로 전세로 이뤄져 있어 저금리 시대에는 전세금에 연동된 임대료가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1가구 1주택을 고집한다면 그 수많은 서울 임대주택은 누가 공급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자가 주택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는 한 임대주택은 계속 공급되어야 하고, 현재 다가구를 소유한 개인들에 의해 값싸게 공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무시한 채 다가구자를 악마화하는 선동은 주택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모든 정보를 포착할 수 있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상 경찰들이 개개인을 감시하고 그 체제에 사람들이 익숙해져 버리는 경찰국가 모습을 경고하고 있다. 3대에 걸친 독재 왕조이자 경찰국가인 북한이 기아와 폭압의 최빈국 중 하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금 문 정부는 북한의 5호 담당제와 유사한 부동산 거래 감시원을 통해 획일적인 1가구 1주택을 공권력으로 강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현대화한 선진 경제에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연로한 부모님이나 장애인 가족을 위해 집 한 채 더 사서 가까이 돌보는 게 사회악이고,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자영업으로 번 돈으로 은퇴 후 가난을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보유하는 게 사회악인가. 대통령은 청와대에 무료 임대를 살면서 퇴임 후 양산에 가서 농사를 짓겠다는데, 대도시에 시달린 중산층이 텅텅 비어가는 농촌에 주말 주택을 마련해서 농촌 경제도 살리고 자연을 이웃하는 게 누리면 안 되는 사치인가. 시민들은 절규하면서 대통령을 향해 신발 투척으로 묻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조선일보 2020-9-7

https://www.chosun.com/opinion/2020/09/07/77LIDFFH2NCERJ4BEXD3ZHJE4Y/?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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