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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 양준모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0.07.26  
• 조회: 858

국가가 부자 재산 뺏는 징벌적 조세

노력으로 이룬 고소득 인정 안해

집값 안정 대신 경제 침체 부를 것

투명성·합리성·안정성 제고 초점

원칙 지키는 세법 개편 필요한 때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고소득층의 조세 부담은 늘리고 서민의 세금은 감면했다고 주장한다. 세법 개정을 통해 의적정치(義賊政治)를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임꺽정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명종 15년 임꺽정이라는 도적의 괴수가 잡혔다는 보고를 받고 용맹한 군사들에게 병조로 압송해 조사하라고 명하는 기록이 있다. 임꺽정은 조선 정치에 활용돼 탐관오리를 징계하거나 조정의 정책을 반대하는 상소문에 등장하게 된다. 이후 임꺽정을 의적으로 부활시킨 사람은 홍명희다. 도적을 의인으로 만든 홍명희는 월북해 공산주의 정권에서 대한민국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범한다. 약탈적 사고체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적정치를 연상하게 하는 세법 개정안이 왜 문제인가.


첫째, 소수에 대한 약탈적 조세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에서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은 6%로 올랐다. 최고세율을 내야 하는 대상이 많지 않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법 개정의 정책효과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6%를 내야 하는 사람은 황당하다. 매년 6%라고 가정하면 16년 만에 집값 전체를 종부세로 내게 돼 정부에 자신의 재산을 빼앗기는 꼴이 된다. 이를 용인한다면 정부는 점차 대상을 확대할 것이다. 향후 징벌적 조세제도가 확대되면 주택 신축시장이 위축되고 임대료도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둘째,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경제를 살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보이는 연예인들도 무명시절에는 땀과 눈물로 훈련한다. 재능만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사람들은 무명시절을 보상하지 않는다. 고소득의 기간도 일반적으로 짧다.


연구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소득은 보상받지 못한 헌신의 결과다. 소득세율의 누진율이 급격히 상승하면 장기적 투자와 헌신적 노력은 줄어들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는 억제된다.


셋째,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은 경제위기를 초래한다. 한시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올려주고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납부면제자 기준을 올려줘도 서민 경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부자를 혼내주는 것도 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경제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세법 개정안은 집값 상승을 진정시킬 수도 없고 경제만 침체시키는 악법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세 구조를 합리화하고 재정지출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스웨덴의 위기극복 사례는 몇 가지 교훈을 준다. 사회주의자들의 탐욕으로 부자증세를 하던 스웨덴은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징벌적인 소득세로 능력 있는 사람들은 스웨덴을 떠났다. 지난 1970년대부터 경제성장이 둔화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돈을 풀었고 집값이 폭등했다. 1990년대에 집값 버블이 꺼지면서 스웨덴은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스웨덴은 금융을 개혁하고 이와 더불어 소득세 최고세율을 내렸다. 현재 일반적인 사람들의 세율과 최고세율과의 차이는 5%포인트에 불과하다. 세율 구간도 3단계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법인세율은 22%, 그리고 자본이득세도 30%로 단일 세율이며 조세 구조는 매우 효율적이다.


세법 개정안의 개편 방향은 조세제도의 투명성과 합리성, 그리고 안정성 제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벤치마킹해 소득세율을 올려서는 안 된다. 합리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 OECD 국가들은 대부분 경제침체로 언제 다시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 재정에 관해 OECD 국가들은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라 반면교사일 뿐이다.


부동산 시장에 따라서 달라지는 조작적 세제 개편은 부동산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정책의 신뢰도 깨지고 조세의 안정성도 저해된다.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우리 세법은 담뱃세 인상 등 증세와 감세가 원칙 없이 얽혀 있어 더 복잡해졌다. 조세 개편으로 투명성도 저해됐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경제도 침체시키고 보편적 조세 개편 방향에도 역행하고 있다.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서울경제 2020-7-26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774077

• 전체 : 159 건 ( 5/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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