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 증세안 재검토해야 - 양준모
수익률 낮아져 증권시장 발전 저해
소탐대실형 정책 밀어붙여선 안돼
과세대상 확대보다 제도 합리화 먼저
정부는 지난 25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금융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증세 방안을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오는 2023년까지 금융투자 상품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을 포괄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2018년부터 과세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2018년 4월1일부터 코스피에서 대주주 기준을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췄고, 내년 4월1일부터는 그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진다. 2023년에는 전면 과세를 한다.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전쟁으로 국고를 탕진하고 온갖 규제로 상업을 억제하면서도 많은 세금을 걷어 국민의 원성을 샀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는 최선의 징세를 비명 없이 거위 털을 뽑는 것으로 비유했다. 가뜩이나 비상인 경제 상황에서 소리 없는 증세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이 된다. 첫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자본시장의 성장과 금융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 세제라고 주장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242조원에서 현재 1,436조원으로 17년 동안 6배가량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매년 11%가 늘었다. 주식시장의 성장에는 세제도 한몫했다.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제한적으로 실시되면서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 지나치게 과세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과세를 강화하면 증권 투자 수익은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 투자를 할 유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투자가 활성화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둘째, 정부는 과세의 형평성 제고와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나 금융시장의 발전도 중요한 정책 목표이기 때문에 현행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소액투자자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과세제도 합리화를 이야기하려면 증권거래세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빠졌다. 해외 사례를 들먹이면서 증권거래세를 장기간 존치할 것이라는 의심도 든다. 형평성 제고와 합리화를 명분으로 증세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소득 관련 과세대상은 이미 확대할 만큼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과세대상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과세대상은 그대로 두고 과세제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는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위해 과세를 확대해나가겠다고 얘기한다. 이는 이번 조치가 증세 방안이 아니라는 주장과 배치된다. 비상시기에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만약 증세를 위해 증권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경제회복은 유동성 공급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유동성 공급은 문제를 이연하는 정책일 뿐이다. 경제가 정상화돼도 상당 기간 기업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주가와 실적의 괴리가 확대되면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유동성 회수와 구조조정, 그리고 혁신성장을 위해 자본시장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바이오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그리고 벤처에 대한 투자도 주식시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정부는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정책을 내놓았다. 증세를 논하기 전에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논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증권시장의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증권시장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고민이 없다.
정부는 증권시장의 안정과 자본 조달 능력을 키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대책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기존의 과세대상에 대한 과세를 합리화하는 길이 먼저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만성적 경기침체뿐이다. 경제를 살리는 합리적 정책을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서울경제 20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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