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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정말 `소주성` 족보를 보셨나요? - 이병태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9.05.06  
• 조회: 1,112

文 "ILO 등 세계적 족보 있어"… ILO "개방 경제서 성공 못해"
성공 가능한 유일한 조건은 마르크스가 주장한 `세계 혁명` 때


1분기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3% 역성장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세금 주도 성장 정책의 파탄이 드러나고 있다. 최고를 달성했다는 청년 고용률은 사실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5~19세 인구가 급감하면서 발생한 통계적 착시 현상이고, 체감 실업률 기준으로는 4명 중 한 명이 실업 상태다. 기업들의 경제활동 축소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경제 선행지수도 계속 하강 중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 노선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상당히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이며 `원래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래전부터 임금 주도 성장을 주창해 왔었고, ILO가 주창한 임금 주도 성장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임금 주도 성장은 개방 경제에서는 성공 어려워


정말 대통령과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 브레인들은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세계적 족보`를 읽어 본 적이 있을까? 2013년 그간의 이론을 집대성해서 ILO가 발간한 임금 주도 성장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임금은 수요를 일으키는 소득이자 생산의 원가라는 이중적인 역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수 시장만 보면 임금 주도 성장으로 보이지만 이익 주도 성장의 개방 경제에서는 수출의 감소가 내수 진작 효과를 압도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제적 공조가 가능할 때만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안이 된다`고 적고 있다. 즉 ILO 주장은 카를 마르크스가 주장한 전 세계의 노동자 연대의 공산혁명이 성공할 때만 가능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임금 주도 성장론이 좌파 케인지안 이론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런데 가장 개방적이고 경제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가장 큰 나라가 ILO의 원조 족보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결론 내고 있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런 말도 했다. "임금 노동자들의 소득과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모두 망라하는 개념으로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것을 쓰는 것이며,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나라들도 있다". 이는 홍장표 전 수석 등의 논리인데, 사기적인 정치적 수사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한 노동자의 임의적 소득 인상은 바로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다. 그런데 이 모순적 정책이 가능한 것처럼 포장된 것이다. 이런 모순과 여기에 내포된 위험성을 문 대통령은 알고 있을까.


◇국민 급여를 사실상 정부가 정하는 나라


한국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생산성 향상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올려 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2년 연속해서 두 자릿수의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을 제외하곤 현재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고용의 70% 정도가 49인 이하 영세 사업자에 몰려 있는 취약한 고용 구조를 갖고 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4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를 포함하면 경제활동의 과반이 최저임금 영향하에 있는 것이다. 사실상 국민의 급여를 정부가 정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2015년에 OECD가 발표한 `불평등과 포용적 성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과도한 최저임금은 고용을 해치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은 조심스럽게 고려되고 시행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일자리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최저임금을 과하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경고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정규직의 일자리 과보호를 낮추고 여성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유연한 고용과 임금제도를 도입할 것을 최우선 순위로 권고하고 있다. 2009년 발표된 세계은행의 `무엇이 포용 성장인가?`라는 보고서도 `포용적 성장`은 상대적 빈곤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고용 확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출발점이 되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 확대에 대한 통계와 인식도 왜곡돼 있다. 다보스포럼이 2018년 발표한 `포용적 개발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주요 18개 국가 가운데 한국의 소득 불평등 정도는 독일·프랑스·일본에 이어 넷째로 낮다. 현 정부 이전 10년 동안 소득 격차가 거의 확대되지 않아 지난 10년간의 소득 격차 확대 폭은 프랑스·독일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나 경제 참모들이 과연 포용적 성장에 관한 그 어떤 보고서라도 꼼꼼하게 읽은 적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감세·규제 개혁이 포용적 성장의 수단


1분기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정부는 대외 여건 탓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중국·일본·유럽 등 주요 경제는 모두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견조한 성장률을 발표했다. 미국은 1분기 3.2% 성장에 힘입어 9개월째 3% 이상 임금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실업률은 196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감세와 규제 개혁 정책이 포용적 성장의 수단임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마저도 감세와 금융 규제 개혁으로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 어떤 나라도 문 정부식 돌연변이 소득 주도 성장을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묻게 되는 것이다. 정말 족보를 제대로 본 적이 있습니까?

 

이병태 (KAIST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조선일보 2019-05-0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5/20190505016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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