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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인하, 무엇이 문제인가? - 곽은경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9.04.08  
• 조회: 1,146

정부가 2018년 11월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해 이들의 고충을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은 최대 0.65%의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정부는 개편안을 통해 연간 7,800억 원의 수수료가 절감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마치 공기업의 요금을 책정하듯 민간 영역인 신용카드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고, 카드사 경영에 개입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과 혁신의 결과인 것처럼 연간 7,800억 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고 자화자찬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비용을 절감한 것이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에 전가시킨 것에 불과하다.


카드사는 고객과 가맹점을 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에 따른 수입을 받는다. 이 서비스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카드수수료는 누군가 반드시 지불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주주, 채권자, 소비자 모두의 이해를 충족시켜야 하는 민간 기업에게 자영업자들을 위한 공익사업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한 시장개입이다.


게다가 정부의 개입으로 엉뚱하게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는 자영업자들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형가맹점은 ‘가맹점 해지’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 때문에 카드 매출액에 기여도가 높은 대형가맹점에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정작 갈등을 유발한 정부는 뒷짐을 지고 시장 참여자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됐다.


신용카드 시장의 갈등은 정부가 키워온 측면이 크다. 정부는 조세 투명성 강화를 위해 모든 상점에 의무적으로 신용카드를 받도록 강제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도 제공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선호도는 높아졌고, 자영업자들은 가맹점 이탈이 불가능하게 됐다. 중소형 가맹점들의 수수료 협상력이 낮아진 것은 정부의 개입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소규모 매장들은 가맹점 가입 여부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높은 수수료에 대해 협상을 하거나 거부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했다는 근거로 신용카드의 수수료 결정에 개입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을 통해 ‘적정 수수료’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가격을 규제해왔다. 카드업계는 2007년 이후 12차례나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수수료를 인하했고, 이번 조치로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게 되었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정부가 책정한 적정 원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 당사자의 자발적 거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격규제 정책은 단기에는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당 시장의 부족 또는 잉여를 발생시키며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유도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정책은 카드사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그 결과 카드 소비자에 대한 혜택을 줄일 우려가 있다. 연회비가 늘고, 부가서비스가 줄면 소비자들은 소비지출을 줄이게 된다. 이로 인해 가맹점의 매출도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카드업계 종사자들은 구조조정의 위기에 내몰렸다. 결국 카드사, 소비자, 가맹점, 카드시장 근로자 등 시장 참여자들 모두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문제는 정부가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핑계로 또 다시 신용카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논란이 되자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대신 간편 결제 시스템에 주는 제도적 혜택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또 다른 개입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독려하는 것은 신용카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 왜곡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카드 이용에 따른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 카드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가격을 규제하는 대신 카드사 간 경쟁, 다른 결제 시스템과의 경쟁을 유도해야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그 해법이 지속 가능해진다.


신용카드사는 이미 새롭게 등장한 간편 결제 시스템과 경쟁을 하고 있다. 신용카드가 현금소지의 불편함을 없앴다면 간편 결제 시스템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계좌이체, 배달음식 주문, 해외여행에 보험가입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편리함을 기반으로 간편 결제 시스템의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39조 9천억 원으로 1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통해 소비자 만족을 높이고 시장의 규모도 커지도록 관련 규제를 푸는 것이 더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가격 기능에 있다. 미국의 경제교육재단 로렌스 리드 회장의 책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는 가격규제가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는 사회주의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20세기에 시도한 사회주의 실험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장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 통제는 가격과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사회주의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왜냐하면 모든 가격이 통제되는 국가가 바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 컨슈머워치 사무총장)

 

브릿지경제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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