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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과 함께 멈춘 혁신성장 - 이병태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9.01.25  
• 조회: 1,480

`카카오 카풀`과 함께 멈춘 혁신성장


`택시 떼법` 저항에 인기영합 무릎꿇은 정치권

나 홀로 혁신 외면에 국가 경쟁력도 곤두박질

스스로 변하지 못한 채 타율개혁 고통 지려나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시범사업이 택시업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중단됐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고부터 택시업계는 일치단결해 정치권을 압박했고, 이런 기득권 이해집단의 저항에 정치권과 정부는 아니나 다를까 무책임한 인기영합으로 대응하고 말았다. 택시 기사들의 저항에 정당들의 대응은 어떤 가치관의 차이도 없이 ‘상생의 해결책’을 찾겠다며 사실상 택시업계에 아부하기 바빴다. 이것이 카카오가 카풀서비스 시범사업을 접은 정치적 배경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사안은 우리 사회 이해집단의 지대(地代)추구가 얼마나 공공연한지 보여주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서서히 망해 가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차량공유서비스, 즉 우버의 불허는 그래도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성이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 카풀은 현행법이 허용하고 있는 서비스다. 법이 허용한 사업을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할 수 없는 나라라면 이는 법치국가라고 할 수 없다. ‘떼법’이 헌법 위에 있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허용되면서 대한민국은 혁신 수용능력이 파산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술의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과 경제계와는 달리 사회제도와 정부의 느린 속도로 사회 갈등이 커질 것을 예견한 적이 있다. 기술과 제도 사이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선진국의 새로운 모빌리티 혁명을 거의 동시에 수용한 중국의 디디추싱, 카오카오, 싱가포르의 그랩, 인도네시아의 고젝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스페인의 캐비파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카림네트웍스, 인도의 올라캡스, 이스라엘의 겟, 콜롬비아의 랍비, 에스토니아의 택시파이 등이 우버와 경쟁하면서 유니콘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 나라 중에는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등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구 소국들도 포함된다. 이런 나라들이 교통의 스마트 혁신을 수용해 거대 기업을 탄생시키고,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경제적인 선택을 선사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공유경제 탄생 10년이 지나도록 이해집단의 포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 혁명은 단순히 택시의 일자리 문제가 아니다. 이런 경제적인 선택은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고, 경제 전체의 물류비용을 낮추고, 경제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자율주행차 등 미래 투자를 앞서 이끌고 있다.


다른 한편 공유경제 기업들은 일종의 사회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일자리가 귀해지고 자영업 폐업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공유경제 일자리는 자본의 투자나 진입 장벽이 없어 경제적 약자들에게 파산 위험이 없는 경제적 대안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비판받을 때마다 소득주도성장뿐만 아니라 혁신성장도 병행한다고 항변해왔다. 그런데 혁신이 필요한 분야는 사회적 대타협을 들고나오고 있다. 혁신은 옛 질서와 새로운 질서의 경쟁이다. 이해가 상반되는 집단 간에 대타협이 나오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나온다고 해도 지난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대부분 절름발이 타협안들로 사실상 혁신이 포기된다.


빛의 속도로 발전되는 기술은 우리처럼 사회적 타협이 나올 때까지 긴 기회의 창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회적 대타협은 카풀에서 보듯 법치를 포기한 떼법이거나 어려운 결정을 피하는 무책임한 정치 지도자들의 속임수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항복은 대한민국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정치적 결단과 리더십이 결핍된 허구적 수사일 뿐이고, 이해집단에 포로가 된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됐다.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는 나라는 서서히 망해 가다가 타율 개혁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외환위기의 교훈을 너무 일찍 망각했다.




이병태 (KAIST 교수/컨슈머워치 공동대표)



한국경제 2019-01-25일자 34면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901249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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