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보이스 #19 박원순 시장의 지하철 9호선 탈환은 과연 시민의 승리인가?
2007년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베네주엘라의 대통령, 우고 차베스(Hugo Chavez)은 엑슨모빌 등이 소유하고 있던 석유 시설들을 국유화해 버립니다. 외국자본을 몰아냈다며 백성들은 환호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는 고립되어 버렸죠. 당시 저는 그 뉴스를 듣고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하며 코웃음 쳤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어 가고 있군요. 지방자치단제들이 민자사업에 투자한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어겨가며 값을 후려치고, 심지어는 쫓아내기 까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선두에 박원순 서울 시장이 서있습니다.
작년 10월 박원순 시장은 지하철 9호선에서 맥쿼리를 퇴출시키고 지하철 9호선의 운임결정권을 되찾았다고 의기양양하게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시민의 승리일까요? 저는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하는 공무원이 계약에 의해서 발생한 법적인 의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깔아뭉개 버렸으니 말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신의를 배반하면 대가가 따르죠. 특히 자본시장은 그렇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외국 투자자들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박원순 시장이 막무가내로 행동할수록 한국에 대한 투자의 위험성은 높은 것으로 인식될 것이고, 앞으로 한국 정부가 자본을 조달할 때 지불해야 하는 금리는 높아질 것입니다.
맥쿼리는 쫓겨나야 할만큼 부당한 계약을 체결할 것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정식으로 체결된 계약이지요. 맥쿼리가 회사에 후순위채권을 주면서 15%라는 높은 이자를 받아가는 것이 부당하는 비판이 많습니다. 투자자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초 15년 정도는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비 같은 것이 크기 때문에 회계적 이익을 낼 수가 없고, 그래서 배당을 할 수가 없습니다. 배당을 못하면 펀드나 연기금 등 재무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수가 없지요. 그러니까 펀드나 연기금 같은 재무적 투자자들은 채권투자를 해서 그 이자로 자신들의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해주는 것입니다.
또 후순위 채권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최소수입보장이 이루어지는 15년 이후부터는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행여 부도라도 난다면 후순위채권은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리가 높은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맥쿼리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서울의 지하철 사업에 들어오려고 하는 민자사업자가 있을까요? 아마도 찾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SOC 민자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민자사업을 하려면 최소한 요금을 받아서 사업비는 충당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 금액이 1550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에도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요금은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안된다며 힘으로 눌러 버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내고 있는 9호선 요금 1,050원 이상은 안된다는 것이죠. 그 점에서는 아마 서울 시민들도 대부분 박원순 시장과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적자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맥쿼리도 적자가 심각했지요.
사실 공기업은 민간사업자보다 훨씬 더 큰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km당 영업비용은 9호선이 36억원인데 5-8호선은 52억원. 1-4호선은 86억원이 듭니다. 당연히 공기업들은 적자가 더 크지요. 다만 그들의 적자는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습니다.
민자사업자는 요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하다 보니 최소수입을 보장해주게 되었습니다. 맥쿼리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최소수입보장 명목으로 1267억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그것을 받고도 적자가 해결 안되서 자본금이 완전 잠식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고 이제 누가 민자사업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맥쿼리를 내보낸 것이 서울시민에게 이익이었냐 하면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투자자들은 맥쿼리에게 7464억을 지급했습니다. 그 7464억원은 맥쿼리에게 적용했던 최소수입보장대신 4.86%의 고정된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했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현재가치라고 보면 됩니다. 운임수입이 얼마가 되든 그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의미에서 서울시는 그 금액만큼의 빚을 얻었다고 봐도 됩니다. 그것을 통해 3조원 넘게 절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홍보 했지만, 과연 근거가 있는 숫자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시민들이 손해를 본 것 같습니다.
맥쿼리를 그대로 두었을 때 앞으로 들어갔을 금액을 한번 계산해보죠. 계약서 상의 보장 기간은 15년이었습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처음 5년간은 수요예측분의 90%를 보장하다가 2014년부터 5년간은 80%, 2019년부터 5년간은 70%를 보장해주는 계약이었습니다. 그 계약에 따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지급한 금액은 1267억 원이었습니다. 연간 300억 원 정도인 셈입니다. 그러면 남은 11년간 얼마 정도 지급하게 될까요? 한 분석가는 4,000억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산합니다(박원순과 맥쿼리, 그리고 메트로 9호선 - 두 번째 이야기, 해양장비의 블로그, http://oceanrose.tistory.com/404). 저도 그 정도의 금액이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3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서울시민은 4,000억 정도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7,464억 원의 빚을 진 셈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거래입니다.
운임결정권을 되찾았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좋아만 할일은 아닙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원가입니다. 원가는 높은데 요금은 낮으면 당연히 적자가 발생합니다. 결국 시민들의 부담이죠. 적자를 메워줘야 한다는 점에서 맥쿼리를 내보내고 새로 들인 투자자들과의 계약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단지 과거의 최소운영수입 보장 방식 대신 모자라는 사업비를 채워주는 방식을 택했을 뿐입니다. 이 체제에서도 서울시는 운임이 낮을수록 더 많은 돈을 새로운 민자사업자에게 지급해줘야 합니다. 당장은 요금이 낮아서 좋은 듯 하지만 결국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서울시가 운임결정권을 되찾았다는 것은 외상으로 소 잡아먹을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은 거라고 봐야겠습니다.
개인이든 국가이든 당장 눈 앞의 달콤함만 쫓다보면 쇠락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포퓰리즘 정책을 경계하는 것이지요. 지금 서울시와 다른 많은 지자체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자사업 계약 파기가 바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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