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보이스 #28 법대로 합시다
“땅 빼앗고 허공(虛空) 주는 서울시는 날강도인가 사기꾼인가” 섬뜩한 이 문구는 어느 아파트 벽에 길게 걸려 있는 현수막의 내용입니다. 여기만이 아니죠. 강변북로를 운전하다보면 “한강수가 血水 되도...` 이런 자극적인 글자도 보입니다.
그나마도 현수막은 젊잖은 편이죠. 지율 스님이라는 분은 단식농성으로 아예 고속철도 공사를 중단시켜버렸습니다. 서울의 마포구 성미산에서는 홍익재단의 학교 초등학교 건설 공사를 막기 위해 아이들까지 나서서 포클레인 앞을 막아서기도 했습니다. 철탑 위에서 농성하는 사람, 공장을 점거하는 사람들... 모두다 합법적인 결정 사항, 합법적인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불법적인 행동들입니다. 대부분 정의, 공정 같은 이름들을 달고 말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벽에 보기 흉한 현수막을 써 붙이면 귀찮아서라도 공사의 주인이 타협책을 들고 나오곤 하죠. 집단 민원이 들어오면 시청 군청 도청은 십중팔구 공사를 중단시킵니다. 그 거대한 KTX 공사 조차도 스님 한 사람의 단식 농성으로 멈추어 섰습니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불법이 마치 정의로운 것인양 되어 버렸습니다. 분명히 형법상의 업무방해, 불법 점거인데도 법은 무기력합니다. 구청도, 경찰도 애써 얼굴을 돌려 버리죠. 헌법위에 `정서법’이 있고, `정서법’ 위에 `떼 법’ 있다는 말은 이래서 생겼습니다.
물론 건축허가 같은 인허가를 내줄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근처에 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방지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재산권이라도 중히 여기면서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100%의 만장일치를 이루려 한다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합법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면 그대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원이 있다고 해서 그냥 공사중지를 명령한다면 합법적 절차를 거친 의미가 어디 있습니까. 법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했는데도 반대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법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인허가가 잘못되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그에 대한 반대와 항의, 중지 청구 같은 행동은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돈과 지식이 없더라도 그 일을 도와줄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정말 잘못된 인허가라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무효화시킬 수도 있고 배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보는 집단민원이나 농성들은 법률상 하자가 없는 것들을 상대로 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 말은 그 공사들이 대부분 정당한 재산권의 행사에 해당되는 것들임을 뜻합니다.
남을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닙니다. 죽겠다고 위협하며 정당한 법집행을 막아서는 것도 폭력입니다. 민원이 있다고 해서 법집행을 중단하는 것은 폭력에 굴복해서 국가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경찰과 구청에 호소합니다.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아무리 대통령, 국회의원이라 해도 법대로 체포해야 합니다. 그런 원칙은 약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사회적 약자라 해도, 아무리 아름다은 명분을 내걸고 있더라도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은 법대로 처리를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도 호소합니다. 민원인들에게 아부하며 싸구려 법안들이나 양산하려 말고, 있는 법이나 제대로 지켜지도록 힘을 쏟아 주십시오.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는 심판의 대상이 누구인지 보지 않기 위함입니다. 사람이 누구이든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의 여부만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법이 집행되기도 하고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법을 회복해야 합니다. 여신의 눈을 가려서 다시 정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민주주의가 민중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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