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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보이스 #31 공무원은 학교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손을 떼라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4.04.15  
• 조회: 1,728

21세기를 창의와 다양성의 시대라고 했던가요? 적어도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낮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들은 창의와 다양성은 커녕 획일성의 세상입니다. 급식도 똑같고, 교과과정도 똑같고, 선생님도 그만그만 합니다. 모든 것이 교육부가 정해주는 대로입니다. 모든 학교와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교육부의 통제를 받게 된지 오래입니다.  튀는 것은 용납이 안되죠. 그야말로 빅브라더(Big Brother)가 따로 없습니다.

 

초중고등학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대학마저도 자유의 전당이길 포기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재단 이사장부터 총장, 부총장, 기획처장, 심지어 개별 학과의 과장보직을 맡은 교수들까지 교육부의 말이라면 절절 맵니다. 어떻게든 교육부 공무원의 마음에 들고 싶어 안달들입니다. 밉보였다가는 `국물’도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제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이 대학의 총장으로 가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대학으로서도 공무원 출신 총장이 오면 정부 돈을 받기도 쉽고, 감사에도 유리하니까 공무원 총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죠. 이런 한국 교육의 현실이 슬픕니다. 이런 곳에서 무슨 학문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빅브라더가 되어 가는 건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손이 닿는 곳은 모두 획일화되어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피아제니, 몬테소리니 간판이 붙은 어린이집들을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이젠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보건복지부가 `평가인증’이라는 것을 하면서 그렇게 됐다는군요. 모두다 똑같이 만들기 위한 인증제를 하는 모양입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아예 유아 시절부터 획일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공무원들이 누군가 `튀는 꼴’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북한의 아이들처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말을 되뇌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한 생각이 듭니다.

 

나라의 교육예산과 보육예산이 늘어나면서 공무원들의 획일적 통제가 더욱 심해져 왔습니다. 공무원들, 정치인들이 그 예산을 가지고 교사와 학교를 옭아 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만든 획일적 기준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인심 쓰듯 교육재정, 보육재정을 나눠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교육예산과 복지예산은 공무원들이 생색내라고 있는 돈이 아닙니다. 교육재정과 복지재정이 늘어나더라도 그때문에 모든 국민이 공무원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스웨덴을 본받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국민 각자가 자기 삶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옳지만, 기왕 교육 재정, 복지 재정을 늘릴 것이면 지출만은 스웨덴 방식으로  할 것을 제안합니다. 바우처 방식의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학교를 예로 들어보죠. 스웨덴의 교육이 무상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 있지요. 교육예산이 학교로 직접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을 통해서 집행된다는 사실입니다. 즉 교육예산 총액을 학생수로 나눈 후 각 학생들에게 바우처를 지급합니다.  학생이 자기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면 정부가 비로소 그 때에 그 학교로 예산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학생은 그 바우처를 가지고 시립학교를 가도 되고 공립학교를 가도 됩니다. 또 교육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학교를 세울 자유가 있습니다. 비영리학교든 영리학교든 모두 허용됩니다. 다만 바우처 이상의 금액은 받을 수 없도록 금지되어 있습니다. 귀족학교 논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답니다. 

 

사립학교의 예산은 얼마나 많은 학생의 선택을 받았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립학교도 사립과 마찬가지로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예산이 줄어들게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매년 학생에게 지출되는 교육 예산 총액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립학교로 많이 갈수록 공립의 예산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사립학교끼리의 경쟁은 물론이고 공립도 사립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경쟁 덕분에 사립과 공립 모두 교육의 질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물론 선생님들은 그 이전에 비해 더 바빠졌겠지요. 1992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치열한 이념논쟁이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호응이 좋았기 때문에 바우처 제도가 스웨덴에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고 합니다. 무상교육을 하면서도 정부의 통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도  무상교육, 무상 보육과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분리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돈을 준다고 통제까지 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을 획일적 환경에서 구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교육재정, 보육재정을 바우처로 나누어 학부모들에게 지급하고, 각자가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부는 학교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대학에 대해서도 학생의 선택을 통해서 교육예산을 분배하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합니다. 


또 스웨덴처럼 비영리든 영리이든 다양한 형태의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이 나올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합니다. 다양성 창의성을 얻으려면 반드시 교육기관들의 다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학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교육기관 보육기관들을 적발해주는 정도면 족합니다.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도록만 해주면 학부모들이 알아서 잘 선택할 것입니다. 부모만큼 자기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시원찮다 해도  제3자인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보다 못하겠습니까. 

 

시민단체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조금만 다양성이 나타날라치면 위화감 운운하면서 규제와 통제와 획일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시민단체들은 이제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냥 위화감을 좀 느끼게 두어야 합니다. 다양성은 그 위화감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 열린 미래, 지금과 다른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각자가 독특한 개성을 가진, 톡톡 튀는 아이들로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어른들에게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줄 시대적 책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김정호(프리덤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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