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보이스 #46 정부에 대한 희망을 접습니다
뭐가 대전환이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말입니다.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겠다며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는데 바라보는 저로서는 무슨 전환이라는 건지 뜨악하기만 합니다. 돈 풀어서 소비를 자극하겠다는 것이나 대기업 털어서 돈 마련하겠다는 것이나 늘 있어왔던 메뉴들입니다. 양념만 약간 바꾼 정도라고나 할까요? 왜 성장의 동력이 꺼졌는지, 왜 사람들과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하려는 의욕을 잃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돈 꿔다가 국민들에게 뿌리겠다는 것은 정책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경제의 부진이 화폐가 없어서 인가요? 웅진그룹, 동양그룹, STX그룹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기업의 부도들은 세계 경제의 위축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건설경기의 부진도 큰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그것 역시 세계적 추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출로 돈을 번 대기업들은 수십년의 관행이던 순환출자가 금지되자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중소· 중견기업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고민이 있지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온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는 것으로 묶여 버렸습니다. 중소기업을 벗어나 대기업이 되면 욕만 먹을 것이 뻔하니 그저 적당히 현상유지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돈을 푼다고 해결될 것들이 아닙니다. 돈보다는 오히려 의식을 바꿔야 할 문제들입니다.
내수가 줄어드는 문제도 그렇습니다. 내수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세월호 사태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눈치를 보느라고 제대로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수출이 주는 반면 내수는 좋아지기 마련인데 지금은 원화가치가 올랐는데도 내수는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눈치 보이는 국내보다는 외국에 나가서 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도 정부가 돈을 푼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생각을 바꾸고,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해결되는 문제들입니다.
물론 돈을 풀면 반짝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마치 예천공항, 무안공항, 대전 엑스포공원 같은 것 만드는 동안 그 동네에 일자리도 생기고 식당도 잘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 공항들은 폐쇄되거나 엄청난 적자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자극한다며 돈 풀어 그런 일을 되풀이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길입니다. 그리스를 보면서도 그 일을 되풀이하려는 겁니까?
사내유보에 과세를 한다는 발상은 정말 뜻밖입니다. 사내유보란 배당하지 않은 이익을 뜻합니다. 기업이 은행돈을 빌리지 않고 자기 돈으로 투자한 것들은 대부분 사내유보자금으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가 이루어진 후에도 회계장부에는 여전히 사내유보의 이름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그것이 복식회계의 원리입니다.
기업 회계 장부에 있어서 사내유보란 대부분 차입이 아니라 자기 자금으로 투자해온 실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것을 이해 못하고 `유보’라는 말을 마치 투자 안한 채 쌓아두고 있는 돈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세금을 매기겠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추미애 의원 같은 사람이 그랬습니다. 그러면 투자는 남의 돈 빌려서 하라는 말이 되는 겁니다.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기업에게 남의 돈 빌려서 투자하라고 강요할 이유는 대체 뭡니까.
최경환 부총리는 유보에 과세를 해서 배당을 늘리겠다는군요. 이 말은 곧 기업들이 투자할 돈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줘서 소비를 늘리겠다는 발상입니다. 참...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추미애 의원 같은 사람들이 사내유보에 과세한다고 했을 때는 몰라서 그러는 거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최경환 부총리는 경제학박사인데다가 신문사에도 있어 본 사람인데 그러는군요. 사내유보가 뭔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다 알면서도 인기가 있을 만한 정책이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돈 푸는 정책, 사내유보에 세금 매기는 정책으로는 죽어가는 이 경제를 살릴 수 없습니다.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일은 국민의 잘못된 생각과 맞서는 일입니다. 영국의 대처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성공한 자를 질투하는 국민, 국가의 등에 업혀서 공짜로 살아보려는 무책임한 국민, 그들의 질투와 무책임을 법으로 만들어내는 국회의원들, 이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의 경제는 앞날이 없습니다.
넉 달 전 3월 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했을 때 잠시 희망을 가졌습니다. 아 이제 뭐가 좀 달라지려나 보다 했지요. 그러나 세월호 사태로 그 결의는 온데간데없군요. 최경환 의원이 부총리가 되었다 해서 또 다시 작은 희망을 걸어봤습니다. 이제 희망을 접습니다. 관료와 정치에 대한 희망은 접고,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일에만 열중하렵니다.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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