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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보이스 #37 지방의 홀로서기가 필요합니다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4.05.28  
• 조회: 1,195

이번 지방선거도 저는 후보들의 공약을 모른 채입니다. 지난 번 시장 선거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얼마짜리 마사지를 받느냐는 것이 가장 큰 이슈이더니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 않군요. 정몽준 후보의 아들이 어쩌구, 박원순 후보의 부인이 어쩌고 하는 것이 또 중요한 이슈가 되었군요. 

 

명색이 서울시장 선거인데 누가 어떤 정책을 표방하는지, 어떤 사람이 당선되면 우리 동네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가지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다른 지역도 다들 사정이 비슷할 겁니다.

 

선거판이 이런 모습을 띠는 것은 누가 되든 동네의 사정은 달라질 것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지방정부 자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웬만한 일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과 중앙정부의 공무원들이 다 결정합니다.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쓰기도 민망한 수준이지요. 법도 일부러 지방정부라는 용어 대신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만 정부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는 오만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지방선거는 있지만 지방자치는 없습니다. 자치라면 모름지기 자기 동네의 문제를 동네주민들의 힘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지방정부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또 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나 도지사, 군수, 시의원, 도의원이라는 자리는 그저 중앙정치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일 뿐 일을 하는 자리는 아닌 거죠.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장 도지사보다 대통령이 뭘 하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죠.

 

서울대학교 이영훈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조선시대부터 동네의 일을 스스로 해결해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새마을 운동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동네 일을 자기 일처럼 해봤다는군요. 그 이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는군요.

 

어차피 할 일도 없을 바에야, 시장, 도지사 그까짓 거 아예 뽑지 말자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옛날처럼 그냥 대통령이 임명해버리자는 거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진정한 지방자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동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를 성숙한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방이 독립하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재정자치입니다. 우리나라 지장정부들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1.1%입니다. 지방정부가 100원을 쓴다면 48.9%는 중앙정부에서 받아온 돈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무슨 자립정신이 생기겠습니까. 자식을 독립시키려면 부모가 돈을 끊어야 하듯이, 중앙정부가 지방에 주는 돈을 끊어야 합니다. 당장 끊기 어려우면 5개년 계획을 세워서라도 끊어야 합니다. 5년 동안 매년 얼마씩 준 후, 그 이후는 완전히 끊을테니 그 후에는 알아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라고 하는 거죠.

 

그렇게 한 후 지방정부에게 폭넓은 자유를 줘야 합니다. 지방세는 주민들이 스스로 필요한만큼 거둬서 쓸 수 있게 자유를 허용해야 합니다. 도시계획이나 농지, 임야 규제 등에 관한 권한은 거의 전권을 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살기 위해서 온갖 궁리와 시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실수도 연발이겠지만 차츰 자립하는 방법을 터득할 것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될 겁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스위스를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소득이 7만9천 달러라는 사실도 부럽지만, 더 부러운 것은 시민들의 성숙한 자세, 성인다운 태도입니다. 스위스에서는 자기 동네의 문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합니다. 자기들이 결정하는만큼 돈도 자기들이 부담합니다. 연방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시민들이 얼마나 당당하겠습니까. 대통령이 누군지 알 필요도 없고, 또 실제로도 잘 모른답니다. 또 정치의 성격은 당연히 생활밀착형이 됩니다. 쓸데없이 좌파우파 따질 일도 없습니다. 남의 돈 쓰려고 하니까 좌파우파를 따지게 되는 것이지, 자기 돈 자기가 쓸 때는 그런 것 따질 이유가 없죠. 그저 주민들의 취향대로 하면 됩니다.

 

한국은 중앙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큰 권한이 주어져 있습니다. 이제 그 권한을 지방에 넘겨줘야 합니다. 지방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중앙이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규제혁파는 대통령의 권한을 지방에 나눠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몇 일 있으면 새로운 시장과 도지사, 군수들이 뽑히겠군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시장 도지사들이 중앙정부에게 돈 달라는 소리 대신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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