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보이스 #8 한국인이여, 자존감을 가집시다
지난 주에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초청으로 태국 방콕엘 다녀왔습니다. 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가 주최하는 회의에서 한 세션의 사회를 봐달라는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이틀간 계속된 회의의 주제는
회의 내내 저는 약간 우쭐한 기분에 젖어 있었습니다. 한국은 이미 중진국을 벗어났으니 말입니다. 한국은 선진국 문턱을 넘어 섰습니다. 국제행사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은 이제 잘 사는 나라입니다. 인도, 중국,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이번 회의 참가국 어느 나라보다 한국은 부자입니다. 50년 전 우리의 소득은 그들과 같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는데, 그 사이 엄청난 부자가 된 거죠.
사실 우리가 얼마나 잘살게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외국과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신혼여행 문화의 변화만 생각해도 쉽게 확인할 수 있죠. 제가 타고간 방콕행 비행기 승객의 90%는 한국인 신혼부부였습니다. 이제 아주 가난한 짐이 아니라면 자식 신혼여행은 해외로 보냅니다. 좀 잘사는 집은 유럽이나 몰디브 같은 델 보내지만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집에서도 괌이나 싸이판 정도는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건 그야말로 대단한 변화입니다. 저는 1981년에 결혼을 했는데요.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갔습니다. 비행기도 그 때 처음 타봤죠. 그래도 그것이 제법 괜찮은 신혼여행이었습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은 웬만한 부잣집 아닌 다음에야 꿈도 꿀 수 없었죠. 그런데 30년만에 웬만한 서민들도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정말 다들 엄청난 부자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우리 스스로는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우리 같은 서민’이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서민! 이 말 속에는 잘살지 못한다는 느낌이 짙게 깔려 있죠. 한국인의 이런 주관적 빈곤감은 설문 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 8월에 발표한 `중산층 주관적 귀속 의식 및 복지인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응답자 중 50.1%가 스스로를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답했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저소득층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데 우리들 중 상당수는 객관적 상황과 무관하게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9%에 불과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중산층이어야 할 사람들중 32%는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50년간의 경제성장은 한국인을 엄청나게 부자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스스로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른 가난한 나라의 진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여력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스스로를 불쌍하고 가난하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우리의 사회 갈등이 심한 것도 이런 주관적 인식과 상당히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살율이 높은 것도 스스로 이렇게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을 것입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강조했듯이 Stay Hungry 정신을 가지는 것은 필요합니다.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나태해지거나 낭비에 탐닉하는 것은 안 좋은 일이죠. 그러나 객관적 상황은 좋아졌는데도 스스로를 늘 불쌍하다고 여기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입니다.
이제 한국인이 자존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성취를 인정하고 뿌듯해 하면서 남들도 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프리덤팩토리의 주주님들과 독자님들부터 자존감을 높여 보시죠.
프리덤팩토리 대표이사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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