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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소비자가 잠자면 악법이 설쳐… 규제 풀릴 때 보람”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3.11.29  
• 조회: 440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자유경쟁을 원리로 하는 대량소비시대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 (보호) 운동이다. 20세기 초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 산업국가들로 확산된 이 운동은 기업의 독점가격 등 부조리에 ‘소비자는 왕’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소비자 권리를 앞세웠다. 1936년 발족한 미국의 소비자연맹(Consumer’s Union)이 그 선구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대 중반부터 각종 여성단체 주도로 시작돼 현재 크고 작은 단체들이 소비자운동에 나서고 있다.


보통 소비생활·구매요령 등 소비자상담 및 각종 소비자교육, 불량상품고발 그리고 소비자보호를 위한 시장조사 등 분야도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중에서도 소비자 권익과 관련된 정책을 감시, 견제하는데 주력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컨슈머워치가 바로 그런 곳이다. NGO저널이 이곳에서 정부와 국회의 소비자 관련 입법 활동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곽은경 사무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반갑습니다. 우선 컨슈머워치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소개해주시죠.


“반갑습니다. 우리 단체를 소개하면 소비자를 위해 정책을 감시하는 단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다른 소비자 단체의 경우 기업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혹은 위험한지, 또 소비자가 상술에 속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는데 컨슈머워치는 정부와 국회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방식이에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여러 규제를 없애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도록 하자는 것이죠. 소비자 운동과 관련한 일반 시민단체들과 색깔이 약간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보통 제가 접한 소비자 단체의 경우 어떤 기업이나 제품이 나쁘다, 좋다 이런 정도의 활동을 하던데, 컨슈머워치는 규제를 없애자는 소비자 운동이군요.


“맞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 볼까요? 최근 쿠팡 새벽 배송 문제로 난리였잖아요. 이 이슈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에요. 쿠팡 새벽 배송이 문제라지만 지금 지방에 있는 시민들은 아예 새벽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쿠팡 물류센터가 없거든요. 하지만 대형마트 유통 규제를 풀면 지방에 있는 홈플러스나 이마트도 새벽 배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새벽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니 얼마나 이득인가요. 결국 규제 때문에 못하는 거예요. 저희는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해달라, 소비자에 불리한 정책을 바꿔달라 감시하는 활동을 하는 거죠.”


- 이해됩니다만, 새벽 배송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보듯 소비자 권익만 생각하자니 상충하는 문제들도 있는 것 같더군요.


“휴...참 어려운 문제에요. 저희가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면 ‘당신들은 그러면 쿠팡의 사례처럼 더 많은 노동자가 새벽에 일을 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냐, 당신들의 주장이 그거냐’라고 공격받을 수 있겠죠. 또 대형마트 이슈가 떠올랐을 때 인터넷에서 본 어떤 댓글처럼 ‘여태까지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마트 직원들은 일요일에 잘 쉬었고, 어머니 칠순 잔치도 갈 수 있었는데 이제 이분들은 일요일에도 일하란 말이냐’라는 반박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건 본질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소비자가 주말에 전통시장이 아닌 편하게 주차할 수 있고 쾌적한 마트에서 장을 보겠다는 건데 일요일에 마트를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에 가지는 않거든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향하도록 만들겠다고 일요일에 마트를 문 닫도록 하는 게 실질적인 효과가 없고 전통시장 활성화와도 큰 관련이 없듯 소비자 발을 묶는 정책과 마트 직원들의 노동시간 문제를 같이 놓고 얘기하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근로시간 문제는 회사와 일반 근로자가 맺는 계약의 문제이지 소비자들을 이기주의자로 몰아서 해결할 차원은 아니거든요.”


| 소비자 배제한 대형마트 유통 규제 논란이 창립 계기


- 컨슈머워치는 언제 만들어졌습니까?


“2014년에 창립됐어요. 사실 컨슈머워치가 탄생하게 된 것도 대형마트 유통 규제가 마구잡이로 만들어지면서 소비자 권익이 너무 무시당하는 사회 분위기가 계기가 됐죠. 공급자들을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당연시해서 소비자 이익이 크게 침해당하는 걸 보면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규제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활동을 지금까지 해오면서 어떤 성과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하. 성적표를 물으시니 약간 긴장되네요. 음...일단 대형마트 유통 규제와 관련해서는 지금도 계속 정부나 국회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기존 소비자단체들은 그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소비자 운동의 문제도 약간 정치적으로 변질된 부분들이 있는 것 같고, 또 소비자운동 안에도 단체들 조직이 크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그런지 몰라도 유통 규제 관련해선 우리 단체 목소리를 (정부나 국회 등에서) 계속 들어주세요.


도서정가제 문제도 제기하고 있는데, 출판사나 서점에서 마음껏 할인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죠. 또 중고차매매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돼 발생하는 문제도 저희가 다뤘어요. 대기업이 중고차를 팔지 못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알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 어떤 문제들인가요?


“유튜브에 사기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하면 결과가 어떨 것 같으세요? 사마천의 사기 정도가 나와야 할 텐데, 중고차 사기 안 당하는 법 이런 것들이 쭉 나옵니다. 하하. 조회수가 엄청나요. 완전 레몬 마켓인 거죠. (※ 레몬 시장(영어-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ty and the Market Mechanism) 또는 개살구 시장은 경제학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량품만이 나돌아다니게 되는 시장 상황을 말한다.-위키피디아) 사람들이 많이 속고 계속 당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중고차 시장에 왜 사기가 많을까요? 규제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받았기 때문이에요.


규모가 있는 기업이 시장에 들어가면 환불도 잘해주고 AS도 잘되는데 대기업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작은 기업들만 살 수 있도록 만들어놔서죠. 그러다 보니 꽤 오랜 기간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된 차, 미터기 조작한 차 등 소비자들이 사기를 많이 당한 거예요. 저희가 소비자 선택권을 달라, 사기당하지 않고 검수된 깨끗한 차를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고 결국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게 돼 소비자들이 대기업 브랜드 중고차를 살 수 있게 됐어요. 이런 것들이 저희의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 편견 없이 소비자 권익보호 바라봤으면


- 그렇군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그러다 모든 업종이 대기업 중심으로, 대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상생 문제에 있어 그런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소비자가 품질 좋은 물건을 싸게 마음껏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결국은 국가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우리 안의 어떤 편견이나 감성적인 문제로 인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계속되면 국가 경제로 봐선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죠.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인 자영업자 비율이 굉장히 높아요. 혼자 닭 튀기는 분 혼자 카페 하는 분들에게 대기업에 일자리가 있으면 가겠냐고 물어보세요. 당연히 가죠.


우리 내부에서 자꾸 대기업을 죽이지 말고 크고 안전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해 세계 경쟁력이 올라가면 그것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월마트가 등장하면서 월마트 효과라는 게 생겼잖아요. 공산품을 엄청 싸게 팔아 소비자 물가를 8%나 낮췄어요.


소비자들은 10만 원 써야 할 걸 8만 원을 쓰고, 아낀 돈으로 자녀 교육에 더 쓰거나 영화 관람같은 문화비로 쓰기도 하면서 다른 산업 소비까지 일으켜 산업이 발전하게 되는 거죠. 상생도 좋으나 소비자들의 선택권, 좀 더 많은 좋은 일자리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실제 소비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명한 소비를 위한 꿀팁이 있으면 알려주시죠.


“하하. 다른 워킹맘과 비슷하죠. 일단 새벽 배송 열심히 쓰고 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가끔 학교에서 나눠준 준비물을 잃어버리는 일이 있거든요. 쿠팡에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대문 앞에 도착해 있으니까 애가 학교 갈 때 준비물 없어 발 동동 구를 일 없어 좋죠. 과거에는 마트를 많이 갔는데 요즘은 주로 온라인에서 최저가 검색, 상품 후기가 좋은 상품을 선택해서 씁니다.


장 보는 일도 온라인 배송으로 주로 시키니까 직접 마트에 가서 시간 쓰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나 여러 소비자가 남겨놓은 후기들은 소비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속아서 살 일도 없고요. 과거보다 쇼핑하기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 매장은 재미 삼아 즐거운 체험으로 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마트에 가서 시식하고, 이색적인 전통시장에 가서 사진도 찍고 유명 먹거리를 맛보기도 하고요.”


- 그러니까, 소비자 후기를 애용하시는군요. 저는 소비자 후기 믿고 샀다 낭패를 본 적이 있어서 쩝...그건 그렇고 아까 컨슈머워치가 2014년에 창립됐다고 했는데, 소비자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합류한 건 아니에요. 처음 단체를 만드신 분이 마트의 일요일 휴무 문제 등 유통 규제로 소비자 선택권이 사라지는 현실에 분개해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형마트 유통 규제 관련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해오다 중간에 예산이 떨어지고 상근자를 두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 단체 문을 닫으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태까지 끌고 해왔는데 문을 닫기에는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무급으로라도 봉사하겠다고 맡은 거죠.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법인으로 등록하고 재정비해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소망이 있다면 어느 정도 예산을 확보해서 상근자 두고 잘 돌아가는 단체가 됐으면 하는 거예요.”


| 약자 보호와 소비자 권익 보호, 제로섬 게임 아냐


- 그럼 컨슈머워치 활동하시는 분들은 현재 몇 명이나 됩니까?


“여러분이 있는데 모두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계세요. 양준모 연세대 교수님,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님이 공동대표인데 모두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도움을 주십니다. 전체 사무나 논평 등 일은 다 제가 주도하고 있고요.”


- 그렇군요. 어쨌든 올해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데, 목표한 것은 어느 정도 이뤘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성공 사례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대한 것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로톡이 변호사협회와 계속 갈등이 있었잖아요.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로톡 어플리케이션만 열면 그 어렵고 문턱이 높던 변호서비스를 형사면 형사 민사면 민사,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어서 너무 좋죠. 소비자들이 변호서비스 후기를 보고 결정할 수 있으니 거의 신세계인 셈이죠.


살다보면 법률 자문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기잖아요. 10분, 30분 등 시간 단위로 저렴하게 소액으로 변호서비스를 살 수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크게 넓힌 거예요. 변협에서는 이걸 반대해서 로톡 활동하는 변호사를 징계했는데 저희가 소비자 선택권을 허용해달라고 계속 논평을 내면서 활동했었습니다. 결국 법무부에서 로톡의 손을 들어줬죠.


로톡 플랫폼은 기업의 자유 측면에서 성과이겠지만 저는 소비자 선택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소비자들 편익이 높아진 결과를 저희 성과로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활동을 통해서 소비자 선택권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면 제가 국가 경제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도 생겨요.


이런 일을 한다고 어디서 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뭐랄까, 저도 모르게 사명감 같은 게 생긴 것도 같고요. 하하. 제가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제 전공을 살려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단체 활동이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보람이 큽니다.”


-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요.


“사실 올해 칼럼도 열심히 쓰고 소비자 관련 책도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바빴습니다. 그동안 소비자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강의했던 것들, 논평 썼던 것들을 모아 책으로 내는 일은 내년 목표로 해야할 것 같아요.”


-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십니까?


“소비자운동이라는 게 특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소비자임에도 대부분 자기 생활하느라 바빠서 내 권리가 침해되는지 모른 채 살고 있어요. 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으면 문을 닫는구나, 책값이 올랐으면 좀 바싸졌네 하고 말아요.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나쁜 정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으로는 대형마트 가지 말고 전통시장을 보호해야지 하면서 지갑은 대형마트, 쿠팡에서 열리는 게 소비자의 현실이죠. 가난하고 영세한 약자를 도와주자는 의도는 좋지만 모든 소비자의 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밀어붙어야 하는 정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약자를 보호하는 일과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제로섬 게임은 아니잖아요.”



박주연 NGO저널 기자


[스토리人] “소비자가 잠자면 악법이 설쳐… 규제 풀릴 때 보람” - NGO저널(https://www.ngo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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