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확대, 보험료 부담은 누가하나 - 최승노
여당과 정부가 고용보험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 국민을 상대로 확대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말을 바꾸어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고용보험의 대상을 넓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고용보험 대상 확대의 내용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
보험료를 부담하는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 불만이 큰 상황에서 보험료 부담을 하지 않는 수혜층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복지방식의 확대는 보험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고용보험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고용보험이란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보험료를 지불하려는 가입자들이 보험료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다. 개인들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져야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보험 가입과 보험료 지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라서 대상을 늘리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보험료를 지불하는 사람과 수혜자가 다르고, 이를 선심성으로 관리하는 정부기관에 의해 독점화된 사업구조를 가진 상태에서는 부실이 커지고 국민의 세금부담만 늘리게 된다.
보험료를 내는 근로자는, 부담을 사업자가 더 크게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낭비가 발생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단기간 일을 하고 실업급여를 받는 수혜층이 반복적으로 제도를 악용해서 이익을 얻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의 상황은 좋지 않다. 2019년에만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조만간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의 대상을 넓힐 경우 그 수혜층은 자신의 보험료를 부담할 의향이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금도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의 가입대상이지만, 가입율은 1% 이하로 매우 낮다. 가입 의무 없는 상황에서 가입할 만한 보험이 아니라고 본 결과다.
강제로 가입 대상을 확대할 경우, 보험료를 누가 부담해야 할지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기존 가입자의 부담 비율을 높이거나 사업자의 부담을 늘리려 할 것이다. 지금도 기금이 고갈될 우려가 큰 상황에서 부족한 재원은 결국 세금 증액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 근로자 누구라도 실직에 따라 자신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이를 보험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싶은 사람을 막을 이유는 없다. 정부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모든 근로자는 자신의 미래 수입을 위한 것이기에 고용 보험료를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보험료가 세금처럼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 지출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금운용과 지출을 하는 곳에서도 지속성 있게 유지할 수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컨슈머워치 정책위원)
브릿지경제 20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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