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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보이스 #3 당신 안의 개인을 찾습니다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3.09.21  
• 조회: 1,552

오늘도 점심 메뉴는 그냥 다 같이 통일해 버렸습니다. 고르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굳이 튀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저만 이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인은 집단에서 벗어나 오롯이 개인이 되는 것을 무척 두려워합니다. 어쩌다가 식당에서 홀로 저녁을 먹을라치면 자신도 모르게 남들의 눈치를 보게 되지요. 스스로에게도 매우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한국인의 이런 성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우리’ 것입니다. 엄마도 `우리’ 엄마고 남편도 `우리’ 남편이며 집도 `우리’ 집입니다. 영어로 하면 Our Mom, Our Husband, Our House 이렇게 되는데, 서양 사람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일이죠. 나의 엄마가 내 친구를 낳았다는 것이고, 내 남편이 내 친구의 남편이기도 하다는 것이고, 내 친구가 내 집에 살 권리가 있다는 말로 들릴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엄마, 우리 남편, 우리 집이 자연스럽죠. 내 엄마, 내 남편, 내 집이라는 말은 어쩐지 야박한 느낌을 줍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인의 의식 구조이죠. 우리의 생각 속에는 `나’라고 불리는 개인의 존재가 약합니다. 나를 조금이라도 내세울라치면 개인주의라는 비난이 쉽게 돌아옵니다. 개인을 내세우는 일은 집단을 해치는 일로 매도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개인일 때에 가장 인간답습니다. 집단의 일부가 되는 일은 모든 생물체들이 공통된 속성입니다. 벌, 물고기, 늑대 등 집단을 이루고 사는 생물들은 집단의 요구에 복종합니다. 그것이 집단생활을 하는 생물의 본능입니다.


 


인간도 집단생활을 위한 동물적 본능이 있습니다. 시청 앞에 수 만 명이 모여 함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칠 때의 희열을 생각해 보십시오. 전체와 일체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강력한 동물적 본능입니다. 강력한 통치자에게 진심으로 복종하는 마음이 생기고, 민족이라는 이름 앞에 이성이 마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본능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집단에서 벗어나 개인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위대함입니다. 위대한 사상과 종교, 위대한 과학과 위대한 발명, 즉 인간을 다른 생물과 다르게 만드는 위대한 것들은 개인에게서 태어난 것들입니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인류의 역사에서 개인이 중요한 존재로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통치자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은 통치자 소유의 재산과 같은 존재이거나 사회의 한 부속품 정도로 여겨졌지요. 서양에서 계몽주의 사상이 개인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개인은 이 세상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더 늦었습니다. 이승만, 서재필, 김옥균 같은 개화파들이 한반도에서 개인을 발견한 최초의 사람들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개인이 발견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개인을 인정하는 데에 서툴죠. 아니, 서툰 정도가 아니라 개인에 적대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국가든 민족이든 자유로운 개인들의 선택으로 집단이 태어난다는 생각은 아직도 낯섭니다. 집단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만 개인의 자유가 허용된다는 생각이 훨씬 더 강하게 우리의 의식을 지배합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왕래가 잦아지고 있는 현실이 그럴 필요성을 크게 만듭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또 그래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민족, 국가라는 집단의식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피부색과 모습이 무엇이든 어떤 지역에서 살았든 어떤 언어를 쓰든 상관없이 그저 한 인간으로 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같은 법, 같은 권리와 같은 의무를 받아들인다면 같은 국가에 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한민족의 구성원을 넘어서 당당한 한 사람의 개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개인이 국민이기를 선택하고 민족의 일원이기를 선택하고 나아가 세계 시민이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 비로소 개인으로서의 여러분이 국가와 민족 속에서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프리덤팩토리가 한국인의 마음 속에 개인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나서겠습니다. 출발은 강연 시리즈로 합니다. 뜻을 같이하는 단체와 같이 <개인과 민족과 자유(가칭)>라는 제목의 강연 시리즈를 만들어서 10월부터 자유 시민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10월에는 집단과 국가와 민족을 벗어나서 당당한 개인으로서의 여러분 자신과 대면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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