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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보이스 #43 노블리스 오블리쥬에 대해서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4.07.09  
• 조회: 2,000

한국 사회의 갈등에 대해서 말을 하다 보면 십중팔구 결론은 노블리스 오블리쥬(Nobles Oblige)로 향하곤 합니다. 가진 자들이 돈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가지지 못한 자의 질투나 상대적 박탈감이 줄어들고 갈등도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가진 자의 범위에 자기를 포함시키는 사람은 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 주변의 지인들을 봐도 그다지 예외가 아닙니다. 교수나 박사, 대기업의 차장, 부장 쯤 되면 상류층입니다. 소득으로 따져서 우리나라의 상위 20% 정도는 될 겁니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남에게 베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분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쥬는 자기 자신이 아닌 더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을 향합니다. 아마 그 손가락질을 받는 부자들도 스스로는 부자가 아니라면서 더 큰 부자가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을까요?


저는 부자들이 돈을 많이 낸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부자들이 돈을 낸다고 해서 부자에 대한 증오가 해소되지 않을 테니까요.


따지고 보면 부자들은 이미 매우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개인소득세의 경우 상위 10% 소득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68.1%, 상위 20%84.4%를 내고 있습니다. 하위 40%는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상류층이 상당히 많은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 우리나라의 상류층이 세금을 많이 내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상위 10%가 소득세의 90%를 낸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 사실은 무시한 채 또 다시 더 많은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많은 경우, 증오는 증오하는 사람들의 문제이지 증오를 당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 해코지를 하지 않았는데도 미움을 받는 부자들에 대한 증오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기부 많이 하기로 치면 유태인들만한 사람들이 없죠. 2010년 미국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사람 6인 중 5명이 유태인들이더군요.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사람은 조지 소로스인데 3.3억 달러, 350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2위 마이클 블룸버그는 2.8억 달러, 300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모두 유태인들입니다. 정말 기부를 많이 하는 민족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거 아십니까? 유태인들은 어릴 적부터 기부가 생활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집이 부자든 가난하든 상관없습니다. 어느 집이나 체다카(tzedakah)라는 이름의 저금통을 두고 아이들도 자선을 하기 위한 돈을 모으게 합니다. 밥 먹을 때마다 얼마씩이라도 넣는다는군요. 자선이란 노블리스 오블리쥬가 아니라 누구나 하는 생활의 일부인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조금 기부하고 부자는 많이 기부하는 것일 뿐 누구나 하는 것이 유태인들의 기부죠.


기부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도 이렇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누구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구별 없이 기부를 습관화해야 부자가 되어서도 기부를 하게 되는 것이죠. 평생 기부 안하다가 어느 날 돈 좀 벌었다고 갑자기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가난할 때부터 습관이 되어야 부자가 되어서도 기부를 한다는 것이 바로 유태인들의 교훈입니다.


당신의 연봉이 5000만원이면 연봉 4000만원인 사람보다는 상류층입니다. 당신의 연소득이 2천만 원이라 해도 필리핀의 중산층 가구보다는 상류층입니다. 심지어는 당신이 훨 150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가구라 해도 이디오피아의 중산층 보다 상류층일 것입니다. 당신 자신이 바로 노블(Noble)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요구할 대상도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물론 저에게는 저 자신이 노블(Noble)이고요.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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