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활동 > 칼럼

획일규제에 교육선택권을 박탈당한 수요자 - 박주희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19.02.21  
• 조회: 1,404

획일규제에 교육선택권을 박탈당한 수요자



공익이나 공공성을 앞세워 어떤 제도나 정부행위를 합리화시키는 사례가 만연하다. 이런 재화의 성격을 공공재라 붙이고 정부주도하에 통제하려 한다. 공공재의 허울은 교육에도 덧씌워져 있다. 공익의 가치를 지닌 사회인을 양성하기 때문에 교육은 공공재이고 교육의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공성을 지닌다는 것이 공공재이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아닐뿐더러, 교육의 목적이 국가에 필요한 인재만을 길러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우리가 교육을 받고 기능을 습득하고 여러 경험을 쌓는 것은 개인의 발전이 기본전제이다. 개개인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사회의 공공선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 목적의 상관관계가 뒤바뀔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육이 공공재라는 논리는 왜 나왔을까. 첫째는 교육에 정부 개입을 정당화시키려는 것이다. 교육 관료들이 규제권력을 움켜지기 위해,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부터 교육과정, 입시까지 모두 교육당국의 규제 대상으로 두고 있다. 교육을 공공재로 묶어야 공립학교뿐 아니라 사립학교까지 모두 통제하고 규제권력을 키울 수 있다. 둘째는 수요자 선택과 경쟁체제를 막으려는 특정 집단의 전략이다. 그들은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줄 세우지 말라하고 특목고가 귀족학교로 낙인찍지만, 실은 교사 자신들이 평가받지 않으려하고 경쟁구도를 피해 안주하겠다는 의도이다. 결국 교육을 공공재의 틀에 가두면서 평준화, 평등을 외치는 것은 교육 관료들의 규제권력 확대와 교사들의 無경쟁·無열정을 위함이다.


그들에겐 교육이 공공재임을 설득하려면 방법이 필요했다.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하면 공공재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 하에 무상보육, 아동수당, 무상급식, 대학 반값등록금을 등장시켰다. 또한 국공립학교를 돋보이게 하려고 사립학교를 비리, 귀족, 안전성 결여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몰아갔고, 이를 점점 사학 통제의 명분으로 삼았다. 유아교육기관의 국공립화 추진, 교육청의 사립학교 교사채용·교사징계 권한 박탈 시도, 자율형사립고 폐지 시도, 대학 공유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학 추진 등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공공재 억지 씌우기로 인한 피해는 교육수요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대부분 공공재로 명명되는 순간부터 정부에 의한 가격통제가 발생하는데, 공급자는 통제된 가격 내에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므로 수요자 요구에 맞는 여건을 갖추기 힘들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대학등록금 통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정부의 통제와 간섭은 교육을 획일화와 하향평준화에 길들여지도록 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다양성 상실과 경쟁력 저하는 교육수요자가 가장 먼저 체감한다. 수요자들은 개인의 창의성과 잠재력 발견을 만족시키는 민간 교육시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사학 옥죄기와 공립화 시도는 수요자의 교육선택권에 대한 갈증만 더 높일 뿐이다.


2010년에 서울을 시작으로 도입된 일반고 고교선택제는 완전한 선택제는 아니지만, 수요자의 교육선택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다. 사실 일반고 교육을 평준화시키길 희망한 일부 교육감들은 취임시작과 동시에 이 고교배정방식을 변경하려고 시도했다. 학교별 성적 상위권 학생이 일부 학교에 집중돼 일반고 간 학력 격차가 원인이라 한다. 하지만 교육수요자 입장에서는 같은 현상에 두고 다르게 해석된다. 일부 학교에 성적 우수자가 몰리는 건 그만큼 교육수요자의 선택이 제대로 작동하고 학교 선호도가 뚜렷해졌다는 자연스런 결과이다. 실제로 2012~2015학년도 서울시 후기일반고 신입생 지원·배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공립보다 사립학교에 성적 우수자가 점점 많아지고, 3년 사이 학교별 성적 우수자 비율의 격차가 커졌다. 또한, 강남과 강남 인접 학군, 목동이 포함된 강서학군, 중계동이 포함된 북부학군으로 지원하는 타학교군 지원자가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고교선택제 이후 자기 학군 안에서도 선호 학교를 선택해 배정받을 수 있고, 또 그런 학교에 성적 우수자가 몰려 학교 학력수준이 높아지니 굳이 강남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을 쫓아다닐 유인도 약해졌다.


이제는 학교선택제의 완성도를 높여 교육수요자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고교선택제에서의 1,2차 배정 비율을 높이고, 교과내용이 수준별로 이루어져 교과와 교사를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국영수 과목처럼 수업시수가 많은 경우, 한 학년에서 같은 과목이라도 배정된 반에 따라 가르치는 교사가 다르다. 그야말로 복불복 교육이다. 또한 같은 반에서도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부터 수업수준 그 이상을 배우길 원하는 학생까지 그 수준이 매우 다양하다. 고등학교의 교과수준과 교사를 선택하게 한다면, 수요자는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좋아하는 교습스타일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 학교 교육서비스에 만족한다면 자연스레 사교육을 찾는 학생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정부 개입 확대, 교육 규제, 다양성 상실, 교육경쟁력 저하, 교육재정 증대 등 이 모든 것이 교육을 공공재로 둔갑시키면서 나타난 문제들이다. 교육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길은 교육에 대한 수요자 선택권 회복에서 시작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댓글 쓰기 (0/1000)
 
댓글 등록
비밀번호 확인
글 작성시 입력하셨던 비밀번호를 넣어주세요.

확인
창닫기
수정하기
창닫기
• 전체 : 155 건 ( 4/11 쪽)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110 중산층 무너지고 서민 더 힘들어진다 - 양준모
컨슈머워치 / 2021.01.19
컨슈머워치 2021.01.19
109 정부의 백신 조기 확보 실패에서 배우는 리더십 교훈 - 이병태
컨슈머워치 / 2021.01.11
컨슈머워치 2021.01.11
108 KBS 수신료 인상? 그냥 매각하라 - 김정호
컨슈머워치 / 2021.01.06
컨슈머워치 2021.01.06
107 이념을 시장에 강요하면 시장은 반드시 반격한다 - 이병태
컨슈머워치 / 2020.12.21
컨슈머워치 2020.12.21
106 전기요금제 개편의 이면 - 양준모
컨슈머워치 / 2020.12.20
컨슈머워치 2020.12.20
105 문재인·변창흠을 보니 아무래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 - 김정호
컨슈머워치 / 2020.12.14
컨슈머워치 2020.12.14
104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를 신중히 읽자 - 이병태
컨슈머워치 / 2020.12.14
컨슈머워치 2020.12.14
103 '쓰레기 금욕'보다 처리기술 향상이 바람직 - 최승노
컨슈머워치 / 2020.12.14
컨슈머워치 2020.12.14
102 공급자 중심 도서정가제로 출판시장 살아날 수 없어 - 곽은경
컨슈머워치 / 2020.11.18
컨슈머워치 2020.11.18
101 코세페는 왜 블프가 되지 못하나 - 최승노
컨슈머워치 / 2020.11.16
컨슈머워치 2020.11.16
100 극에 달한 다수의 횡포 - 양준모
컨슈머워치 / 2020.10.29
컨슈머워치 2020.10.29
99 소비자 외면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선해야 - 곽은경
컨슈머워치 / 2020.10.26
컨슈머워치 2020.10.26
98 자동차 구입을 촉진하려는 정부, 보조금을 폐지해야 - 최승노
컨슈머워치 / 2020.10.14
컨슈머워치 2020.10.14
97 독일 ‘하르츠 개혁’은 경제민주화라는 미신을 깬 것 - 이병태
컨슈머워치 / 2020.10.12
컨슈머워치 2020.10.12
96 방역도, 경제도 실패하는가 - 양준모
컨슈머워치 / 2020.09.16
컨슈머워치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