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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을 시장에 강요하면 시장은 반드시 반격한다 - 이병태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0.12.21  
• 조회: 743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존재 이유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백신 조기 확보전에서 실패했다. 부동산 정책 실정으로 국민 주거 안정을 훼손하기도 했다. 기본적 의무조차 제대로 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노무현 정부 정책을 가져다가 더 급진적이고 반시장적 수요 억제책으로 바꿨다. ‘임대차 3법`은 예상대로 전셋값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전세 공급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반면 주택 규제가 집중된 수도권 주택 거래는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부동산 관련 세금만 계속 올리고 있다.


임대료 ‘공정` 또 거론한 대통령


여기에 문 대통령은 최근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게 공정한 일인지 뼈아프게 들린다”면서 또 ‘공정론’을 들고나왔다. 그들은 정부가 공정을 판단한다는 게 왜 위험한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로운 임대 계약 과정을 정부가 왜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가. 수입이 없는데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게 문 대통령 눈으로는 ‘정의로운 결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인데, 공정과 정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경제사는 권력이 정의를 앞세우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입증했다. 대표적 사례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다. 정부가 정치권력을 앞세워 과정의 공정함과 결과의 정의로움을 추구한 실험이다. 그 결과는 다시 거론할 가치도 없다. 주류 경제학은 가치 중립적 정부를 지향한다. 국민이 매일 직면하는 사정과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하고 주관적이다. 권력자의 눈으로 획일적 가치를 강요하고 적용할 때 시장은 왜곡되며 반드시 역풍이 분다.






정의·공정 너무 앞세우면 부작용


이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경제는 부작용을 양산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탄탄하게 성장하던 제조업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반면 정부가 세금으로 유지하는 사회복지, 공공 부문 일자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낮은 농림 어업 분야 종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서 낮은 산업,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민간 일자리에서 공공 일자리로 인적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생산자 보호 수준은 OECD 국가 중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다음으로 높다. 정부의 시장 가격 지원으로 소비자들은 균형가격보다 45% 정도 비싸게 농산물을 사야 한다. OECD 국가 중 가격 왜곡이 가장 심하다. 영세 기업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조하면서 마치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회복지 예산 지출인 셈이다. 저소득층은 근로소득이 계속 감소하는데 이를 정부 보조로 메우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가구 소득이 0.3% 증가하는 동안에 공적 연금과 사회보험료 지출은 14배 이상인 4.3% 늘었다. 세금도 2.3배 늘었다. 금년부터 급속하게 증가하는 부동산 관련 세금과 부동산에 연동된 건강보험료 등 인상을 고려하면 국민 가처분 소득은 더욱 줄어든다. 소득 주도 ‘성장’이 아닌 소득 주도 ‘퇴보’에 가깝다.


글로벌 경제 무시하는 법안 홍수


시장에 한 권력 집단의 가치를 강요하려는 이단적 실험의 결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재난적 양극화라는 가짜 뉴스를 현실로 만들어 간다. 고용의 질 악화와 시장 소득 격차의 확대 추세는 코로나 영향과 무관하게 문 정부 경제정책이 빚어내고 있는 부작용이다. 이런 무리한 정책이 지속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위험한 세계관에서 기인한다. 정부가 평등, 공정, 정의의 집행자가 되겠다는 선의가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지만 문 정부는 시장의 신호를 읽을 자세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 최근 공정경제법과 이어지는 규제법들이 이를 방증한다.


이 법안들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변화와 질서를 무시한다.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이 2차대전 이후에 설계한 브레턴우즈 체제의 자유시장경제 질서 아래서 지난 60년간 세계 경제는 글로벌화, 금융화,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변화를 지속해 왔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확대와 이자의 하락에서 영향을 받은 주택 가격 상승이란 현실을 부정하거나 디지털 기술 기업들 경쟁 속에 경영권 강화 경향을 거슬러서 대주주 경영권 제약에 매달리는 건 한국을 글로벌 경제의 부분으로 보지 않고 ‘한국적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는 망상에서 시작한다.


‘경제 음치` 대통령, 시장경제 믿어야


‘소주성`이 생산과 일자리가 떠나는 나라를 만들었다면 공정 경제 대못질은 자본이 떠나는 나라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자본이 떠난 한국의 미래는 지금 문 정부의 경제 지력으로는 절대 보이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 자유시장경제는 권력자의 판단보다 대중의 지혜를 믿는다. 공공 임대주택과 자가 보유 사이의 선택은 모델하우스의 과장 광고로 바뀌지 않는다 국민은 공무원들보다 자신의 살림을 더 잘 안다. ‘쇼통’을 통한 국민 계몽의 망상을 접고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믿어야 경제가 살아난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 대사는 문 대통령을 가리켜 ‘경제 음치’라고 한 바 있다. 이 평가가 반한(反韓) 감정을 지닌 한 일본인의 편견이었으면 좋겠지만 지난 4년간 문 정부는 이 평가가 박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더 문제는 경제를 모를 뿐만 아니라 권력의 획일적 정의와 공정을 믿는 이념 지향으로 다음 정권에서도 뽑기 힘든 대못을 박으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조선일보 2020-12-21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0/12/21/Q7GWAV2EI5HMZKB7W5SFKXSN5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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