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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엄단한다는데 ‘내부자들’은 웃고 있다 - 양준모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1.03.16  
• 조회: 550

투기는 중독성이 강하다.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에 희생돼 신용불량자로 살아가는 노인조차 “기회만 오면 투기를 다시 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앞서 1·2기 신도시 건설 때 각각 987명과 455명의 투기 사범이 구속됐다. 지금 3기 신도시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과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이 포착돼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3기 신도시 투기는 국민 배신 행위

청와대·정부·국회·공기업 조사를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집권 이후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며 지난 4년간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25전 25패’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LH 투기 의혹이 터져 국민은 허탈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토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 이전과 혁신도시를 내걸어 전국에 부동산 광풍을 일으켰다. 재미 좀 봤다는 고백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판박이다. 2016년까지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을 이 정부 들어 요동치게 했다. 이들은 부동산 띄우는 법을 아는 것 같다. 강남 부동산을 때리면 정권의 지지율이 오르고 풍선효과로 주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1가구 1주택과 실거주 요건을 강화할수록 수도권으로 수요가 몰린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신도시 개발 수요가 형성된다. 표도 얻고 정권의 지지도 챙기는 양수겸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 계획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전문가와 언론이 공급대책을 촉구해도 외면했다. 그러던 정부가 지난 2월 4일 마치 토지 매집이 끝났다는 듯이 갑자기 대규모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LH 집단 투기 사태는 이 정부가 마련한 계획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문 정부가 대외적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를 강조하는 동안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내부자들’은 2018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그해 7월 청와대의 한 고위 공직자는 13억여 원의 빚을 얻어 서울 흑석 뉴타운 개발 구역에서 25억여 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문 정부 장관 절반이 다주택자라는 비판에도 꿋꿋하게 주택 세 채를 끝까지 보유하다 임기를 마친 여성 장관도 있었다. 한 수석비서관은 2019년 5월 청와대를 나온 직후 오피스텔 두 채를 사들이고 대사로 부임했다.

 

투기에 뛰어든 것은 고위 공직자뿐만이 아니었다. 공공이란 명분으로 규제를 틀어쥐고 사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2020년 9월 철도역사 이전 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이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부지 인근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공공주택 보급을 책임지는 LH 임직원이 합심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

 

가계 부채 종합대책이라면서 집을 사지 못하도록 서민의 손발을 칭칭 묶어 놓고 LH 임직원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경기도 광명·시흥의 토지 7000평을 사들였다. 토지 매입 시점은 2018년 4월부터 지난 2월까지였다. 국토부가 2월 24일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성추행이 드러나 물러난 전직 부산시장의 친인척이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 땅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다. LH 직원은 “우리만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반박하다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청와대부터 장관, 국회의원, 광역 단체장, 고위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에 이르기까지 투기에는 예외가 없어 보인다.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법적 처벌이 따라야 한다. 부당 이득은 모두 환수해야 한다. 이런 조직적인 투기 조사를 국토교통부나 총리실에만 맡길 수 없다. 사전에 개발 정보를 알았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모두 조사 대상이다. 부정부패를 척결해온 검찰의 칼을 검찰개혁을 구실로 빼앗는 동안 투기의 몸통과 내부자들은 웃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중앙일보 2021-03-16

https://news.joins.com/article/2401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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