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집중도와 시장점유율은 경쟁 측정의 좋은 지표인가-정회상
HHI(Herfindahl-Hirschman index)는 시장의 집중도를 측정할 때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각 경쟁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제곱하여 모두 합한 값이다. HHI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갖는데(시장점유율을 백분율로 측정하면 0과 10,000 사이), 기업의 수가 적을수록 또는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덜 분산되어 있을수록 그 값은 커진다. 극단적으로 독점인 경우 HHI는 1의 값을 갖고, 경쟁적인 시장일수록 0에 가까운 값을 갖는다.
과점시장에서 시장집중도는 시장의 평균적인 지배력과 일대일 관계에 있기 때문에 HHI를 이용하여 경쟁의 정도를 측정한다.예컨대, 기업들의 수평결합 결과 HHI가 일정 수준 이하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추정하고 기업결합을 승인해준다.
그런데 높은 시장집중도가 항상 낮은 사회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HHI를 이용하여 경쟁의 정도를 측정할 때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비용구조를 지닌 기업들이 경쟁하는 경우, 기업 수가 줄어들어 HHI가 증가할수록 사회후생은 낮아진다.
그러나 기업들의 비용구조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HHI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후생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간 비대칭성이 증가하여 HHI가 높아져도 비용이 낮은 기업이 많이 생산하고 비용이 높은 기업이 적게 생산하여 생산의 효율성이 증가하면 사회후생은 증가할 수 있다 . 또한 신규 진입기업의 생산비용이 큰 경우에는 기업 수 증가에 따른 HHI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회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
기업들의 경쟁 구조도 시장집중도와 사회후생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 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기업들이 동시에 생산량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어떤 기업들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면 기업 간 비대칭성이 증가해 HHI는 증가하지만 총생산량이 증가해 사회후생도 증가한다.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이용해 경쟁의 정도를 판단할 수도 있다. 이는 과점시장에서 어떤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이윤이 높아지고 시장지배력이 커진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 그러나 플랫폼들이 경쟁하는 양면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시장지배력을 측정하는 좋은 지표가 되지 못한다. 어떤 플랫폼이 경쟁 플랫폼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더라도 더 낮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시장집중도나 시장점유율과 같이 계산하기 쉬운 지표를 이용하여 경쟁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비용이나 경쟁 구조 또는 시장의 특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 더욱이 경쟁을 어떤 조건이 만족되는 상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의 과정으로 이해하면 경쟁의 정도를 측정하려는 시도는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
정회상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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