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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은 ‘죄’가 아니다 - 이병태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1.05.24  
• 조회: 159

한국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 정권이 흔들리는 이상한 나라다. 선진국에서도 대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주택 문제는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다. 그러나 상시적인 주택 가격 변동이 정권의 지지 기반을 흔들어 놓고 부동산 정책이 국가 어젠다가 되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택도 상품인데 수요와 공급에 의한 단기적 가격 변동을 국가가 나서서 통제하려는 시도가 한국에서는 반복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중앙정부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한국 부동산은 시장이 아닌 정부의 실패로 인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 권력은 정부 실패를 시장 실패로 책임을 전가해왔다. 정권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투기꾼들이 만든 문제로 몰고 가고, 특히 주택 소유에 따른 투자소득, 즉 불로소득을 죄악시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주장해왔다. 명백한 정책 실패를 노무현 정권에서 경험하고도, 그리고 최근 26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명백함에도 정책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이 정의롭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불로소득은 사회 환원해야 한다”는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나 모두 불로소득은 부당한 소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불로소득은 노동소득이 아니라는 말이지, 노력이 들어가지 않거나 부당한 소득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새 한국에서는 ‘주홍 글씨’가 돼 버렸다. 근로소득을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술과 담배 등 소비재에 써버린 사람보다 은퇴 후의 안정된 삶과 가족에게 좋은 주거공간을 마련한 사람이 더 부도덕하다는 주장을 우리 사회는 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이든 주식이든 자본소득이 발생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 자금은 근로소득의 저축을 통해 발생한다. 현재의 저축이 없으면 미래의 저축을 융자를 통해 당겨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자본소득을 위해 하는 투자는 저축의 다른 모습이다. 경제학의 연구들은 저축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중요한 동력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그래서 경제를 살리고 애국하는 행위지 부도덕한 행위가 아니다.



주택 투자 짓밟으면 노인 빈곤 확대


일부는 실제 거주할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해 자본소득을 위한 투자로 이뤄진 다가구 주택 소유를 부도덕하고 부동산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비난한다. 우리 경제의 문제 중 하나는 고용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등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대부분 고용과 연계돼 있어서 이들은 노후 소득원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이들은 임대소득을 기대하고 주택에 투자한다. 이것은 노후 빈곤을 피하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성실한 서민이 꿈꾸는 삶의 모습이다. 그 꿈을 짓밟으면 노인 빈곤과 복지 비용 문제만 확대된다. 


그럼 부유층의 다가구 소유는 투기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다가구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로 시장에 공급한다. 직업에 따라 이사의 필요성이 많아지고, 핵가족화가 진행할수록 주택을 소유할 수 없거나 소유하기를 꺼리는 수요는 증가한다. 


다가구 소유를 통한 임대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가 공공주택을 대규모 공급해야 하고, LH공사와 같은 공기업을 수십 배로 확대하는 부동산 사회주의 국가가 된다. 한 채의 주택만을 소유하는 실수요자도 미래의 자본소득, 즉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구매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리고 노동소득이 자본소득보다 신성하고 더 도덕적인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소득도 100% 본인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해서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는 노동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에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다.


저축의 다른 모습인 부동산 소유자들의 투자를 비난하며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부정하는 공산주의 가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이 불로소득 사회 환원 주장의 논리다. 이는 종부세라는 전 세계에 없는 부동산 소유 ‘처벌세’의 논리이기도 하다.


이병태 (KAIST 교수 /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이코노미조선 2021-05-24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6&t_num=1361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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